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 둘러보니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소식에 내방객 사라져"
"코로나 지원금이요? 무슨 지원책이 있는데요? "

"코로나 지원금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초토화됐어요". 최근 방문한 신도림 테크노마크 단말기 집단상가의 한 매장 주인이 넋 놓은 표정으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방문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상가는 진짜 매장 주인과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체감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방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넓은 상가 매장 속을 지나다니니 평소 때보다 호객 행위가 더 심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호객 행위를 넘어 절실함이 느껴졌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상가 전경.

정부는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와 협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방송·통신 분야 소상공인에게 4200억원(누적)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단말기 유통점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2476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전국 2만6000여개(종사자 6만여명) 통신사 대리점 및 단말기 매장을 대상으로 △임대료·운영자금 지원(1370억원) △단말기 외상구입(채권) 이자상환 유예(1106억원)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집단상가의 매장들은 이와 같은 지원 대책을 전혀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매장 점주들은 "구로 콜센터 코로나 집단 감염지가 신도림이라고 알려진 것이 고객들의 내방이 대거 사라진 분기점이 됐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지원책이 있냐"면서 기자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이에 대해 한 단말기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통신 3사와 함께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직접적인 책임 관계가 있는 대리점 위주로 지원될 수밖에 없고, 일반 판매점과 집단상가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KT 대리점 전경.

통신사와 계약관계가 없는 집단상가 판매점의 경우 과기정통부 대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현금성 지원 대신 손세정제 지원 등에 그쳤다. 특히 판매점의 전자청약서 이용에 필요한 태블릿PC 구입비용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통신 3사 대리점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250개의 대리점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최근까지 수도권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고,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9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대리점주들은 당장 임대 월세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지만, 임대료 지원 등 본사의 지원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사 대리점 한 관계자는 "본사 사업자들이 수천억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대리점마다 온도 차이가 극명하다"며 "어떤 통신사는 여신 연장과 함께 인건비 10만원과 마스크 두 장 지원에 그치고 임대료 지원에 대한 부분은 이야기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전경.

특히 여신연장과 같은 지원책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원래 단말기 신모델이 나오면 기존에도 지원해 주던 부분인데 이를 코로나 재난금에 포함해 지원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황당하다는 게 유통업계의 지배적 반응이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지원책을 발표하기 전에 실제 지원 대상자들과 논의하고 어디에 어떻게 지원하겠다고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정부가 통신사에게 지원액수에 대한 목표치를 일방적으로 제시한 뒤 발표한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통망의 이와 같은 불만에 정부는 구체적인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로부터 유통망에 지원 가능한 금액을 전달받았지만, 언제부터 어떻게 지원하겠다고 정확히 들은 내용은 없다"며 "정부 조달이 아니고 기업들이 지원하는 부분으로 실제 지원 여부 및 달성률 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