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기’와 심각성 축소로 혼선 빚은 트럼프와 대조

‘아들 부시’로도 알려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5년 전 재임 당시 전염병에 대해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앤서니 파키 연구소장과 악수하고 있다 .

5일(현지 시각) ABC 뉴스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2005년 여름 휴가를 보낼 당시 역사학자 존 M 배리의 ‘대 인플루엔자’를 읽은 계기로 국가적인 전염병 방어 체계에 대해 구상했다.

부시가 읽은 ‘대 인플루엔자’는 1918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스페인 독감(Spanish flu)에 대한 책이다.

부시 대통령은 휴가를 보낸 직후 프란 타운센드 국토안보보좌관을 집무실로 불러 책을 읽을 것을 권유했다. 그는 타운센드에게 "이런 일은 100년마다 일어나기 때문에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시가 처음 스페인 독감과 같은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많은 보좌관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타운센드는 당시 9/11 테러, 허리케인 등 여러 국가적 재난이 이어져 이미 업무가 많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우리 임기 동안 (팬데믹이)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지만 국가는 계획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타운센드는 조기경보시스템, 빠른고 새로운 백신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 호흡기와 마스크 등의 중요 물자 비축 계획이 포함된 미국 최대 규모의 전염병 예방 대책을 구축했다. 부시 행정부는 3년 동안 70억달러(약 8조6080억원)를 지원하고, 내각 관료들의 질의응답에 성실히 응하는 등 이를 실행하기 위해 힘썼지만, 대부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보류되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시 대통령의 정책들이 국가적 대응의 기반이 되었다. 그 예로 오늘날에도 쓰이는 미 질병예방관리센터(CDC)의 팬데믹 전문 사이트도 이 때 개설되었다.

타운센드는 "위기가 닥친다면 정치색을 제외하고 보류된 것들 중에서 차용해 쓰게 된다"고 말했다.

15년 전 부시 대통령이 전염병 대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것과 대조적으로 트럼프 정권은 잇따른 ‘말 바꾸기’와 정보 축소로 혼선을 낳았다는 평을 받았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 코로나에 대해 "단순한 감기"라고 말하며 "미국이 받을 피해량은 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내 누적 확진자 수가 발병지인 중국을 넘는 등 직격탄을 맞자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바꿔 우한 코로나에 대해 "지금까지 미국이 마주한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5년 11월 미국 국립보건원 연설에서도 미국 내 전염병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청중에는 백악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TF의원이자 미국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키가 앉아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팬데믹에 대해 "연방 정부가 지금껏 다뤄온 위기와 다를 것"이라며 대응 하기 위해 인공 호흡기를 포함한 의료장비와 의료진의 충분한 공급과 빠른 백신 공급을 강조했다.

뒤이어 부시 대통령은 "팬데믹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생명들을 불필요하게 떠나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