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까지 9일 남았는데 온라인 수업 준비가 잘 될지 모르겠네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은 오는 6일, 나머지 학생들은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던 지난달 31일. TV를 통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을 지켜본 서울 사립고 15년 차 A교사의 자조 섞인 반응이다. 공교롭게 이날은 동료 교사가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연수에 참석한 첫날이었다.

'EBS 온라인클래스' 플랫폼 아이디를 만들고 강좌 개설하는 법, 화면 메뉴 등 설명하는 연수가 진행됐는데 2시간 만에 끝났다고 한다. 두 번째 연수는 사흘 뒤로 잡혔다. 각자 어떤 수업을 할지 고민한 내용을 가져와 토론하는 자리가 될 거라고 했다.

A교사가 전한 개학 1주일 전 학교의 모습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대한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브리핑 때 유은혜 장관이 보인 결연한 표정과 충돌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A교사는 "교직원 전체가 어리벙벙한 상황"이라고 했다.

학교 현장의 혼란은 교육부의 설익은 정책 때문이란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육부가 '개학이냐 개학 연기냐' 두 가지 선택지만 놓고 고심하다 5주 기간을 흘려보내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등교 개학만 연연하다 온라인 개학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대학들이 2월 중순 1~2주 한 차례 개강을 연기한 뒤 3월 중순부터 개강 후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것과 대비된다.

물론 교육부는 아무 소득없이 3월 한 달을 허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일 온라인 학급방을 개설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라는 등의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또 디지털 교과서 외에 다양한 전자책 등을 제공하고, 교사의 학습관리와 피드백 기능을 강화하도록 다양한 시스템 활용을 권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5일에야 원격수업을 정식수업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원격 수업 체제 구축계획을 밝혔고, 이후 27일 '원격 수업 운영안'을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다. 그리고 31일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현장에서는 아무런 준비없이 교육부의 일방적인 지침을 내려받았을 뿐이다. 학사일정을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벼락치기 행정'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의 '원격 수업 운영안'에 담긴 '학교와 학생의 여건에 따라'라는 단서가 남용되고 있다. 예컨대 교사가 제작한 영상도 온라인 수업이고 EBS 강의를 그대로 올려도 온라인 수업이다. 출석은 교사가 낸 과제를 풀고 제출해도 인정되고 강의 듣기가 곤란하면 과제수행만 해도 출석이 인정된다. 경기도 일반고 8년차 B교사는 "가이드라인에 학교와 교사의 재량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덜 된 정책이라고 보면 맞다"며 "학교 현장에 자율성을 줬다기보다 교육부의 책임회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주일 뒤면 공교육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온라인 사교육에 익숙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가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관리가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학부모들의 원망이 죄없는 교사에게만 쏠릴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