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 "중국 국경 폐쇄 조치 등 빠른 대응책 덕분" 자화자찬
CNN "안면분석 시스템, 휴대폰 위치추적장치 등 정부차원 권위적 기술 활용"
하루 200명 수준 신규 확진자 늘자 일각에선 정부 통계 및 진단키트 정확성 불신 목소리도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현지시각)부터 국경을 닫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모든 차량과 철도, 보행자 검문소는 물론 해안국경에서도 적용된다. 이날부터 모스크바시는 전 주민을 상대로 4월 14일까지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고,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모스크바시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인구가 1억4600만명으로 전세계 9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31일 0시 기준으로 러시아 확진자는 1836명에 달했다. 이 중 사망자수도 9명에 그친다. 인구 63만명인 룩셈부르크의 확진자(1950명)보다도 적은 수치다. 왜 그럴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방호복을 입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모스크바 외곽 코무나르카 지역의 한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코로나19의 대량 확산을 막기 위해 빠르고 공격적인 조치를 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1월 말 중국과의 국경 2600마일(약 4184㎞)을 폐쇄하고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전자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중국과의 열차 운행도 모스크바에서 베이징을 잇는 한개의 노선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중단시켰다. 러시아의 이같은 초기 대응책이 코로나19의 전면적 발발을 지연시키는 데 한 몫 했다는 것이다.

봉쇄 정책 외에도 정부 주도로 IT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확산을 막았다는 분석도 있다. CNN은 지난 29일 러시아가 독재정권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했다고 전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도시 보안 감시용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경찰은 도시 전역에 설치된 약 17만개의 카메라를 활용해 1주일 동안 200여명의 자가격리 위반자를 적발, 벌금을 부과했다. 현재 9000대의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확진자 및 의심환자들의 동선 등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데에도 활용됐다. 가령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을 추적하기 위해 안면인식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용한 택시, 숙소, 만난 사람들까지 자료가 한꺼번에 수집되는 식이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주부터 통신사 데이터를 활용한 ‘지오 로케이션’(geo-location) 기술도 활용할 예정이다. 러시아 통신부에 이동통신사의 지리적 위치 데이터를 활용, 특정인에 대한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만약 확진자와 근거리에 있거나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곧바로 통신사로부터 ‘안전 문자’를 통보받게 되며, 지역 당국에도 동시에 정보가 들어가 자가격리를 촉구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러시아 신규 확진자 수치는 3월 말부터 하루 사이 200명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다. 30일 하룻동안에는 30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동안 확진자가 적었던 것과 관련해 CNN은 "초기에 공격적인 조처를 한 러시아의 방역 대책이 통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 내 코로나19 실제 감염률이 공식 발표된 것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되는 중이다.

CNN은 "러시아인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1980년대 에이즈가 확산할 시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났을 당시 그 위험을 은폐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NBC 뉴스는 "일부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연구소 한 곳에서 제공되는 ‘바이러스 테스트’(키트)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테스트가 경증상은 잡아내지 못할 수 있어 공식 확진 수치가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BC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체제 안정을 위해 수치를 의도적으로 조정하고 있을 수 있단 의혹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