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나소르 대통령 탄핵을 요구 서명에 68만명 참여
파벨라 거주자 86%가 코로나 사태로 생계 걱정
상수도 시설 미비로 코로나 창궐 '최적 조건'

'빈민가, 판자촌, 불법 거주자들의 집합소, 세계 최악의 무법지대'.

가난과 위험을 뜻하는 거의 모든 수식어가 갖다붙는 브라질의 저소득층 집단 거주지 파벨라(Favela). 이 빈민촌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지로 지목되자 브라질 국민들이 '부자들이 파벨라를 죽이고 있다'며 분노 하고 있다.

브라질의 한 파벨라의 모습.

30일(현지시각) 브라질 야권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자진 사임을 촉구했다. 정치 성향에 관계 없이 모든 야권 지도자와 전·현직 지도자, 현역 의원들이 성명에 참여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이 우한 코로나를 '가벼운 감기'로 치부하며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도 매일 오후 8시부터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창문에서 냄비를 두드리며 항의하는 '카세롤라소(스튜 냄비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를 계속 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보우나소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서명에 68만명이 참여했다. 여론조사 에선 47.7%가 탄핵에 찬성했다. 31일에는 시민·학생단체 주도로 대규모 카세롤라소가 예정돼 있다.

브라질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건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빈민층에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에서 나온 첫 사망자는 상파울루의 고급 빌라에서 수위로 일하던 60대 남성이었고, 리우데자네이루의 첫 사망자는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감염자 집에서 일하던 60대 가정부였다.

브라질 최초 감염자가 지난 2월 26일 이탈리아 여행에서 귀국한 상파울루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부자가 빈민층에 병을 옮겼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의 한 파벨라 전경.

브라질 인구의 약 6%인 1360만명이 거주하는 파벨라는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등 대도시의 주변부에 위치한 판자촌을 말한다. 밀폐된 공간에 여러 세대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데다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씻기는 커녕 마실 물 조차 부족하다. 우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파벨라에선 의료시설은 커녕 손 소독제조차 구하기 힘들다. 이 지역은 결핵 감염자 비율이 10만명당 300명 정도로 브라질 다른 도시의 10배 수준이다. 파벨라의 우한 코로나 감염자 수는 정확히 공표 되지 않았지만 고소득층에 비해 치사율이 훨씬 높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벨라 거주자들의 경제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파벨라에는 정규 계약서 없이 가정부, 청소부, 길거리 판매상을 하며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브라질 현지 설문조사기관인 데이터 파벨라에 따르면 거주자의 86%가 우한 코로나로 굶주림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10가구 중 7가구는 가족의 소득이 감소했다.

브라질 의회는 저소득층에 한달에 600레알(14만1200원)을 세달 간 지원하는 긴급 구호 프로그램을 담은 법안을 전날 통과 시키는 등 분주히 나서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이 방역 및 구호 대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삐그덕 거리고 있다.

보우나소르 대통령은 주민에게 자가 격리를 요구한 일부 지자체장을 향해 실업을 만들고 있다며 맹비난했고 더이상의 격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별일이 아니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시장에 직접 나간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 영상이 잘못된 정보를 확산할 수 있다며 삭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