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주택시장이 내림세로 돌아서자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역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대구 주택시장 ‘바로미터’인 수성구가 규제에 묶여 있으면 그동안 주택시장이 안정됐던 다른 대구 지역으로까지 부진이 확산할 수 있고 지역경제 침체가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일대 모습.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9일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코로나 사태로 대구 경제가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수성구 투기과열지구라도 해제해 대구 경제를 살리는 밑거름이 되게 해달라"고 적었다.

대구 집값은 코로나 사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구 집값은 0.03%→0.04%→0.05%→0.06% 하락했다. 4주 연속 집값이 내려갔고, 하락폭도 매주 확대됐다. 수성구 집값도 이달 들어 주간 단위로 0.06%→0.04%→0.08→0.06% 내리며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 하락의 배경은 코로나로 인한 지역 경기 침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 기업의 매출은 코로나 이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구는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업 비중이 71.9%에 달한다. 지난달 대구공항 이용객 수는 12만904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4% 감소했다.

이달 1~15일 대구·경북 영화관 매출은 전년보다 97.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도 대내외 수요 둔화, 부품 조달 차질 등의 영향이 가시화돼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자 총선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수성갑) 예비후보는 "대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는데도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부겸 민주당(수성갑) 예비후보도 "수성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둘 실익이 없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요청에 따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안정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지정 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제된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수성구 주택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