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기관·개인 소주주주 65.3% 확보…3자 연합 34.7%
지지율·지분 그대로 주총 열면 조원태 49.91% 3자 연합 48.44%
KCGI, ㈜한진 지분 정리…한진칼 추가 매입 수순

조원태 한진 회장과 반(反) 조원태 3자 연합이 맞붙은 27일 한진칼 주주총회는 당초 예상대로 조원태 한진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번 주총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던 소수주주 표는 조원태 회장이 63.3%, 3자 연합이 34.7%씩 나눠 갖는 구도였다. 통상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나 개인 소액주주의 지지를 더 많이 얻는 편인데, 한진칼의 경우 조원태 회장 쪽으로 쏠린 셈이다.

24일 현재 지분을 가지고 주주 총회를 연다고 가정할 때 조원태 회장 진영은 49.91%, 3자 연합은 48.44% 정도를 가져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주총에서 소수 주주의 출석률과 양 측 지지 성향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다. 따라서 양 측은 추가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왼쪽부터)에 대항해 기관투자자와 개인 등 소수주주 지분 가운데 3분의 2 가량의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조원태 회장에게 쏠린 소수주주 표

한진칼(180640)은 27일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최대 관심사였던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56.67%, 반대 42.99%로 가결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결성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이 내세운 김신배 전 SK 부회장(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찬성 47.88%, 반대 51.91%로 부결됐다. 김 전 부회장 이외의 3자 연합 측 사내·사외이사 후보 지지율은 김 전 부회장보다 4.6%포인트(P) 가량 낮았다.

이날 주주총회 참석률은 84.93%였다. 다만 반도건설이 지난해 매집했던 지분 중 3.2%는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 이번 주총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참석률에도 빠지게 됐다.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이 각각 규합한 것으로 알려진 지분은 각각 40.10%(국민연금 포함)와 32.48%다. 이를 감안하면 소수 주주의 가운데 82.0%가 이번 주총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기준으로 소수 주주의 표 배분을 살폈을 때 조 회장이 소수 주주의 65.3%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조원태 회장은 전체 지분의 48.13%의 지지를 받았는데, 기존에 확보한 지분을 차감하면, 8.03%를 추가로 얻은 것이다. 반면 3자 연합은 소수 주주 지분 4.27%를 추가로 확보했다. 기존에 규합한 지분 32.48%에 소수 주주 지지까지 합쳐 지분율 기준 36.75%를 확보한 셈이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표’를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이 2대 1로 나눠 가진 셈이다. 조원태 회장에게 지지가 쏠린 모양새다.

◇3자 연합 실패 원인, 기관투자자 지지 확보 실패

소수 주주가 조원태 회장에게 쏠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의결권 자문사가 조원태 회장을 편든 것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 기업지배구조원이 각각 조원태 회장 연임을 찬성하고, 김신배 전 부회장을 제외한 3자 연합 측 이사 후보 선임을 반대했다. 김 전 부회장의 경우 ISS는 찬성, 기업지배구조원은 반대의견을 내놨다.

27일 서울 소공동 한진 사옥에서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

두 번째는 개인 투자자가 굳이 3자 연합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에는 다른 대기업보다 기관투자자 비중은 낮고, 거꾸로 개인투자자 비중은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3자 연합을 편들 이유를 찾기 힘든 게 문제"라며 "그들 입장에서 최선은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대개 주주 친화적 행보를 거부하는 경영진에 불만을 품은 기관투자자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삼는다. 낮은 배당 성향, 경영진의 능력 부족이나 대규모 실패, 인수합병(M&A) 등에서 나타난 불만 등을 불씨로 여론전을 펼치는 게 상례다. 그런데 이번 주총의 경우 3자 연합 측은 조원태 회장에 대한 불만 여론을 자신에 대한 지지 여론으로 돌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3자 연합, 지분율 50% 확보 수순 돌입

소수 주주가 관건인 이유는, 3자 연합이 올해 하반기 임시주총 또는 내년 정기 주총에서 재대결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사정상 3자 연합은 5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KCGI와 반도건설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재 보유한 지분율에 거의 차이가 없다. 24일 현재 KCGI는 18.74%, 반도건설은 16.9%를 들고 있다. 이로써 3자 연합의 총 지분율은 42.13%로 올라섰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소액주주 연합까지 포함하면 총 45.83%를 확보한 셈이다. 이에 대항해 조원태 회장 진영인 델타항공이 사실상 법적 최고 한도인 14.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카카오 보유 지분율에 등락이 있지만 이를 1%로 가정하고, GS칼텍스 등 다른 기업들이 우호세력으로 남아있다고 볼 경우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은 42.80%에 달한다.

두 진영이 이번 주총 수준으로 소수 주주 지지율을 나눈다고 가정할 경우, 올 하반기에 임시 주총이 열리면 양 측의 득표율은 조원태 회장 49.91%, 3자 연합 48.44%가 된다. 추정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번 주총 참가 지분 84.93%에서 양측 관계자 지분 72.58%를 차감한 지분율(12.35%)에서 전체 소수 주주 지분율(15.07%)를 나누어 일종의 ‘출석률’을 계산한다.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에 소수 주주가 찬성·반대 표를 던진 비율과 각각 곱한다.

이런 상황에서 KCGI는 추가 지분을 매입하려 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최근 보유한 ㈜한진 지분 10.17%를 정리하고 있다. KCGI 산하 특수목적회사(SPC) 엔케이앤코홀딩스는 지난 25일 한진 보유 지분 10.17% 중 5.01%를 매도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한진 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본다. 남아있는 지분 5.16%도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KCGI가 지분을 추가 매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관투자자들이 3자 연합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주총에서 12명으로 정원이 늘어난 이사회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새로 13명 이상을 선임해야 하는데, 한 기업의 이사가 25명 이상인, 형식을 벗어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지난 14일 발간한 한진칼 의결권 자문 보고서에서 이사 수가 10명이 넘어가는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냈다.

문제는 KCGI가 사들일 수 있는 지분이 적다는 것이다. 현재 드러난 양측이 확보한 지분(우호세력 포함)은 90.83%다. 지분율 5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9.17% 가운데 절반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진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데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개인 주주들이 매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3자 연합이 어떻게든 소수 주주의 표심을 잡아야 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