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계상황 지수 일제히 추락… 취업·임금인식도 한층 부정적
"코로나 팬데믹 여파 반영"… 금융위기 땐 소비심리 석달간 내리막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았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달 기준 낙폭은 역대 최대였다. 경기관련 지수는 물론 가계재정 상황에 대한 지수도 일제히 악화했고, 취업·임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0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대비 18.5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2.8) 이후 11년 만에 최저로, 하락폭은 한은이 월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가장 컸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9년 장기 평균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100을 상회하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104.2까지 올랐지만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퍼지기 시작한 2월(96.9)부터 하락했다. 한은은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도시 2500가구(응답 2364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의 여파를 대부분 반영했다.

코로나19가 국내를 넘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를 대폭 끌어내렸다. 경기와 가계 재무상황에 대한 인식이 모두 나빠졌다. 현재경기판단(38), 향후경기전망(62)은 전월대비 28P, 14P씩 하락해 각각 2009년 3월(23), 2008년 12월(55) 이후 최저였다.

현재생활형편(83), 생활형편전망(83)은 각각 8P, 10P 내렸고, 가계수입전망(87), 소비지출전망(93)도 10P, 13P 씩 하락했다. 가계재정상황을 나타내는 네 지수는 모두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해 팬데믹이 선언되면서 대부분의 지수가 악화됐다"고 했다.

취업과 임금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꺾였다. 취업기회전망(64)은 17p 내려 이 역시 2009년 3월(55) 이후로 최저치였다. 임금수준전망(109)은 7P 하락했는데, 이는 통계집계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로 경기전반이 악화되면서 기업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되자 일자리, 임금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악화된 것이다. 또 한은은 물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행렬이 이어지자 금리수준전망(72)도 20P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주택가격전망(112)은 전월 수준에 머물렀다.

이달 들어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돼 이동제한·봉쇄조치가 내려지고 있는 만큼 4월에도 소비심리의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한 당시에는 전월대비 12.7P 급락한 이후 2개월에 걸쳐 10.2P 추가하락했다. 총 석 달에 이은 하락기를 보낸 후 2009년 1월 반등(7.1P)했다. 금융위기 발생 직전 수준을 회복한 건 6개월 뒤인 2009년 4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