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당초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책임 경영을 위해 의장직을 맡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부터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몽구 회장이 1999년부터 맡아왔던 이사회 의장을 이어받은 것이다.

◇제네시스 등 신차 출시로 수익성 확보

'정의선 체제'의 전략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이익을 끌어올리고, 여기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 자동차를 넘어선 미래 모빌리티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겠다는 포석인데,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내놓기 어려운 방침이다.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 뿐만 아니라 미래 시장에서 선두 업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에 해당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는 내실 있는 생산과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 올해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필두로 현대차, 기아차에서 신차를 연달아 내놓아 점유율을 확대하고, 동시에 이익을 늘릴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이끈 지난 2019년 현대차의 매출은 10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늘었다. 기아차 매출도 54조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현대차(3조7000억원)는 52.1%, 기아차(2조원)는 73.6% 각각 뛰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텔룰라이드, 셀토스와 준대형차 더 뉴 그랜저 등 신차 판매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도 신차 공세는 계속된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가 '신차 골든 사이클'에 올라탈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1월 첫 SUV GV80을 내놓은 데 이어 4월 초 대형 세단 G80을 출시한다. G80은 2013년 나온 2세대 모델 이후 7년 만에 출시되는 3세대 모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잘롭닉은 '말도 안 되게 멋진 신형 제네시스 G80'이라는 기사에서 "새 디자인은 부드럽고 곡선미가 있으며 훨씬 유기적인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GV80는 여름 미국 시장 판매를 앞두고 있다. 본격적으로 고급 SUV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현대차는 18일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8세대 모델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공개했다. 신형 아반떼는 차 길이가 4650㎜로 기존 대비 30㎜ 늘어나면서 실내 공간이 동급 최고 수준으로 넓어졌다. 삼각형을 모티브로 한 신형 아반떼의 디자인에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나온 더 뉴 그랜저는 3년 만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을 평정했다.

기아차는 17일 4세대 쏘렌토를 출시했다. 기존 모델 대비 커진 준대형급 차체에 다양한 편의 장치를 갖췄다. SUV 시장의 치열한 내부 공간 확보 경쟁 속에서 호평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중형 세단 K5도 기아차 모델 중 가장 많은 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①GV80 여름에 미국시장 판매. ②더 뉴 그랜저 3년 만에 부분 변경. ③4세대 쏘렌토 준대형 차체 위용. ④K5 기아차 최고 월 판매량. ⑤ 8세대 아반떼 미국서 흥행 예감. ⑥넥쏘 검증된 수소차 경쟁력

◇수소차 등 미래차에 5년간 100조원 투자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해를 미래차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5년간 매년 20조원씩 총 100조원을 투자한다.

가장 직접적인 미래차는 수소연료전지차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을 포함한 전동화 분야다. 지난해 24종인 전동화 차량 모델 수를 2025년까지 44종으로 확대한다. 2025년엔 하이브리드(HEV) 13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6종, 전기차(EV) 23종, 수소연료전지차(FCEV) 2종을 판매할 예정이다.

그 가운데 전기차 전용 모델은 2021년부터 출시해 2025년까지 23종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동화 차량 플랫폼 개발을 맡는 '전동화추진팀'을 꾸렸다. '넥쏘'로 증명된 수소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소차 판매량도 늘린다. 올해부터는 수소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 판매에도 나선다.

자율주행차, 플라잉카, 로보틱스,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자율주행차에서는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미국 앱티브와 함께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해 2023년까지 부분자율주행(레벨3) 기능 상용화에 나선다. 차량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개인용 소형 비행기인 플라잉카 개발도 적극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현대차는 앞으로 자동차 50%, 플라잉카 30%, 로보틱스 20%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관련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출력 모터를 오랫동안 구동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에 나서면 승산이 있다는 게 현대차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