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역유입 환자 급증하는데 정부, '외출 자제령' 안내려
우한코로나 장기화에 긴장 고삐 풀린 日국민들, 벚꽃 보러 외출

"22일에 조깅하러 도쿄 메구로가와에 나갔더니, 벚꽃을 보려는 사람들이 예년 수준으로 많았다." (히가시코쿠바루 히데오 전 중의원 의원)

21일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코로나19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일본 도쿄에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20~22일 사흘 간의 춘분 연휴를 맞아 신주쿠 교엔, 우에노 공원 등 하나미(花見·벚꽃놀이) 명소가 인파로 붐볐다. 그 결과 연휴 직후 감염자 수가 53% 급증해 도시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5일 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고 쓰여진 패널을 들고 나와 "4월 12일까지 외출을 자제해달라. 평일에는 집에서 일하고 주말도 각자 집에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지난 23일 도시 봉쇄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런 추이가 계속된다면 록다운(lockdown·도시 봉쇄)을 초래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20~22일 연휴 직후 감염자 53% 급증

도쿄는 23~25일 사흘 간 감염자 수가 무려 53% 급증해 212명이 됐다. 일본에서 감염자가 나온 20개 도시 가운데 가장 많고 전체 감염자 수(2109명)의 10%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선과 우한 전세기에서 나온 감염자를 제외한 1246명을 기준으로 하면 17%에 이른다.

도쿄의 감염자는 미국, 유럽에서의 역(逆)유입 환자를 중심으로 3월 들어 급증하는 추세였다. 1월 3명, 2월 34명에 불과했는데 3월엔 175명으로 전월 대비 5배 뛰었다. 3월 15일 이후에 감염된 사람이 전체 감염자 수의 60%에 이르렀다. 상당수가 이집트, 프랑스, 스페인 등 외국으로부터의 입국자다.

여기에 20~22일 춘분의 날 연휴로 일본 국민들이 벚꽃놀이를 하러 외출한 것이 감염자 수 증가세에 불을 붙였다. 매년 춘분의 날에는 일본인들이 성묘를 하러 가거나 ‘하나미(花見)’라 불리는 꽃구경에 나선다.

이번 연휴에도 도쿄 하나미 명소인 신주쿠 교엔이나 우에노 공원에 연휴기간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도쿄도 뿐 아니라 교토, 가나자와, 이세신궁 등 전국 각지의 주요 관광지가 인파로 붐볐다. 에노시마 신사 근처 식당의 한 관계자는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느낌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일 대규모 행사 자제 요청기간이 끝났지만 이를 연장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아 국민들로 하여금 ‘자숙 기간이 끝났다’는 인식을 줬기 때문이다. 전국 휴교령도 단계적으로 해제 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도 역시 춘분의 날 연휴를 앞두고 이동 자제 등을 특별히 요청하지 않았다.

20~22일 사흘 연휴가 지나고 나선 하루 평균 10명 미만이었던 감염자 수가 23일 16명, 24명 17명 나온데 이어 25일에는 무려 41명이 발생했다.

◇ 외출 자제 분위기 느슨해져…식당·술집 등 방문자 수 증가 추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음식점이나 상업시설 방문자 수가 3월 둘째주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레스토랑, 선술집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IT기업 트레타에 따르면 주택가가 많은 도쿄도 세타가야구에선 3월 둘째주 예약이 전년 대비 26% 줄었지만 셋째주엔 19% 감소하는 데 그쳤다. 메구로구에선 감소 폭이 첫째주 26%에서 셋째주 12%로 줄었다.

한동안 기피했던 도심 번화가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IT기업 KDDI가 통신사 이용자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한 결과 도쿄 시부야역 반경 500미터 이내에 체류한 사람 수는 2월 넷째주 전년 대비 42% 줄었지만 3월 들어선 첫째주 -27%, 둘째주 -23%로 감소 폭이 점점 줄고 있다.

이 주변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닛케이에 "회사에서 외출 자제를 요청하기 때문인지 회사원 손님은 줄었지만 학생 등 젊은 세대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 도쿄 감염자 40%는 감염원 몰라…20만명 방문하는 병원서 집단감염

도쿄도는 감염원을 특정할 수 없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과 집단감염이 새로 발생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체 감염자 수의 40%가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도쿄 다이토구에 있는 에이쥬 종합병원(永寿総合病院)에선 24~25일 16명의 감염자가 나왔고 이중 1명은 사망했다. 이 병원은 외래환자가 20만명에 이르고 현재 300여명이 입원해 있어 원내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도쿄도는 4월 이후 젊은층이 입학과 입사로 상경하면서 인파가 몰려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이케 도지사는 "고령자에게로 감염이 퍼져, 중증자가 증가하는 경향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하마다 아츠로 도쿄의대 교수는 "해외와의 접점이 많은 도쿄에서 벌써 감염이 만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에 거주하던 일본인이나 봄 방학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감염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귀국해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