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10대와 소통해왔는데...모자이크 부탁"

일명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25일 아침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서자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화제다. 머리에 거즈를 붙이고 목에는 보호대를 찬 조씨의 보라색 맨투맨 상의에는 휠라 로고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휠라코리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휠라홀딩스 주가는 20% 이상 급등하고 있다.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조씨의 모습은 공식적으로는 처음 공개됐다. 그는 여성에게 가학적인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박사방’, ‘n번방’의 운영자다.

휠라코리아 측은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취재진들에게 "휠라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있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휠라 제품을 착용 후 포토라인에 섰다"며 "주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휠라는 이번 일로 특히 더욱 깊은 유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회사의 우려와 달리 주가에는 조씨가 휠라 브랜드 옷을 입은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오후 1시59분 기준 휠라홀딩스는 전날보다 22.78%(4750원) 오른 2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 23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NH투자증권과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주가는 24일부터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사업 부진에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2만원 초반대를 기록했었다.

조씨는 이날 취재진이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조씨에게 "음란물 유포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느냐" "범행을 후회 안 하느냐", "살해 모의 혐의를 인정하느냐", "범행 왜 하셨느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느냐" 등을 연달아 물었지만, 조주빈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다시 조주빈에게 "미성년자 피해자들에 죄책감 안 느끼느냐"고 세 차례 물었지만, 그는 아무 대답 없이 느린 걸음으로 호송차에 올라탔다. 차량은 종로경찰서를 빠져나와 곧장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다만, 조씨가 휠라 브랜드 옷을 입은 효과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거액의 유명인 협찬, 간접홍보(PPL),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의도치 않게 브랜드가 경찰 포토라인에서 노출되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