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지난달 이사회서 UAE 육상유전사업 참여안 통과
韓 해외 자원개발 '고사 상태'…중국·일본은 자원개발 경쟁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ADNOC) 육상유전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3000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석유공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해당 유전 지분을 확보하면 일평균 1만5000배럴, 총 2억3000만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게 된다.
유가 폭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석유공사는 지난 2012년 UAE 할리바 유전개발 참여 이후 8년 만에 해외 유전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된다.
10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있던 해외 자원개발이 재개되는 조짐을 보이는 데에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가가 크게 하락한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판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개편 계획은 없지만 지난 10년 동안 줄어든 해외자원개발 조직 개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최근 산유국의 증산(增産) 경쟁으로 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언급하며 세계 5위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최지웅 석유공사 개발동향팀 과장은 지난 18일 '유가 전쟁의 배경과 석유 수입국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흉년에도 식량 생산을 유지해야 하고, 평화 시에도 일정 규모의 군대를 유지해야 하듯이, 유가의 등락에 상관없이 국가의 에너지 자원 생산 능력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과 자원개발 역량 강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 시도가 이뤄지더라도 사실상 고사(枯死) 상태에 빠진 우리나라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자원개발은 실패 확률이 높아 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지원과 전문성, 장기간 쌓아 놓은 네트워크 등이 필요한 데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됐던 자원개발 사업이 모두 올스톱된 상황에서 단기간 이를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정부 예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해외자원개발조사(조사·기반구축)에 배당한 예산은 2011년 1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자원개발융자 예산 규모도 같은 기간 2900억원에서 37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그러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세계 전역으로 자원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셰일 혁명' 이후 저유가를 자원개발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이미 일본과 중국 자원 기업들의 경쟁장이 된 지 오래고, 남미의 경우 중국은 아르헨티나와, 일본은 칠레와 협력을 강화해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영석유사 3사의 지난해 자본투자비는 770억달러로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부다비, 이란, 우간다, 멕시코, 세네갈 등 8개 광구에서 탐사·개발·생산을 위해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일본은 미래에도 석유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며 해외 자원개발과 산유국과의 협력 강화를 중요한 정책 목표로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석유 자주개발률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석유·가스공기업 인펙스(INPEX), 종합상사기업 이토추 등은 호주, 캐나다, 영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