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미 통화 스와프(맞교환)가 전격 체결되면서 외환시장은 숨통을 트이게 됐다. 통화 스와프 체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이날 오후 10시 40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57원으로 이날 한국 외환시장 종가 1285.7원보다 28.7원 하락(원화 강세)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예상 외로 한·미 통화 스와프가 빨리 체결됨으로써 외환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쇼크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연준의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2차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달러화 통화 스와프를 확대한 것도 세계적인 달러 부족 현상을 완화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통화 스와프가 외환시장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정부의 달러 풀기 효과가 크지 않은 것처럼 외환시장이 안정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상시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2018년 이후로 1달러당 1.2~1.3캐나다달러에 머물던 환율이 최근 며칠 새 1.45달러로 20% 정도 급등했다.

◇극심한 달러 품귀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된 배경에는 극단적인 달러 사재기 현상이 있었다. 이달 5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간 8조6000억원가량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고 외환시장에 몰려들었다. 국내 은행과 기업들도 달러를 한 푼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19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개장과 함께 11원 넘게 급등한 환율은 장중 한때 1291원마저 뚫고 올라갔다. 오전 11시경 "펀더멘털 대비 한 방향 쏠림이 과도하다"는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상승세는 진정되는 듯했지만, 결국 강력한 '달러 사자' 흐름을 바꿔 놓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내 은행과 기업들은 달러 값이 오르고 있어 늦게 환전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 더욱 다급하게 달러를 사려 했다. 환율이 더 오를 걸로 모두가 예상하니, 수출 업체는 달러를 안 내놓았다. 이미 많은 달러를 가진 은행들도 최대한 '살 수 있을 때 사놓자'는 분위기였다. 반대로 수입 업체는 달러 결제를 빨리 마치려고 달려들었다. 시장엔 오직 달러 '사자'만 있고, '팔자'는 없었다.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9일 기준 101.25로 열흘 새 6.7% 급등했다. 기축통화인 일본 엔화와 유로화까지 달러 앞에 무너졌다. 지난 10일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102엔, 유로화 환율은 0.87유로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환율이 올라 이날 각각 109엔, 0.92유로까지 올랐다.

◇한시적 장치라는 점은 한계

한·미 통화 스와프는 한시적(6개월)인 안전장치일 뿐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미국과 유럽의 우한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면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로도 부족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위기 때마다 신흥국 시장 중 가장 먼저, 과도하게 외환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아시아의 ATM(자동현금인출기)'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선 외환시장, 증권시장이 완전 자유화돼 자본을 현금화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스와프 규모를 늘리는 협상을 다시 벌여야 한다.

또 최근 환율 급등이 외환 시장에서 원화 약세에 베팅한 탓도 있지만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는 현상도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증시에서 외국인이 팔고 나가는 것을 막는 게 원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질 거라는 근거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