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딜레마… 신속승인 압박 큰데 나노필터 검증기준 새로 만들어야
"톱텍 자회사 '나노 마스크' 판매 알고보니 기존 MB필터 채택… 위법적발"
20회 이상 빨아도 KF94~80 수준의 차단기능을 유지하는 나노섬유 마스크 필터 개발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상용화를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민에 빠졌다.
기존 멜트블론(MB) 필터 방식의 1회용 보건마스크가 아닌 신물질 나노섬유로 필터를 개발했기 때문에 인체 안전성 등 다양한 분야의 검증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나노필터 기준으로 판매 허가를 받은 마스크는 한 건도 없다. 특히 국내 상장사인 톱텍 자회사에서 MB필터 방식 마스크를 생산하고도 나노 마스크로 마케팅을 해 당국의 행정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신규 개발이 이뤄져 시험생산단계에 있는 나노마스크의 신속 승인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초기 단계에 대한 논의를 준비 중이다. 새로운 검증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나노마스크는 직경 100~500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를 갖는 나노섬유를 직교 내지 단일 방향으로 정렬시켜 미세먼지나 바이러스를 막는다. 특히 세탁을 하거나 에탄올로 소독한 이후에도 KF94 수준의 필터 효율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이 문제다. 나노마스크는 나노섬유를 필터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한 나노입자가 인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나노입자는 매우 작은 입자여서 한번 인체에 유입되면 체외로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마스크는 약사법에 따른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를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신고가 돼 있어야하며 제품의 안전성, 유해성, 품질 기준 심사를 거쳐 품목 허가를 받아야한다.
식약처는 분진포집효율시험, 안면부 흡기저항시험, 누설률 시험 등을 통해 이물질 차단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눈 뒤 허가를 내준다. 실험대상자가 마스크를 쓰고 러닝머신에서 시간당 6km의 속도로 2분 동안 걸었을 때 시험용 검체 내부의 염화나트륨 에어로졸 농도를 측정 후, 누설률을 기록하고 시험대상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기준 값 이하(공개 불가)를 받아야 합격이다.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제4절 마스크의 기준 및 시험 방법)에 따르면 마스크는 미립자 상태의 면등의 혼재물이 현저히 함유되지 않아야하며 산 또는 알카리 순도시험 역시 기준에 맞아야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 중인 마스크 중 나노필터를 이용해 허가된 제품은 하나도 없다. 최근 나노마스크 상용화 및 시판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나, 국내에선 이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더러 이에 따라 허가를 받은 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톱텍의 자회사인 레몬(지분율 62%)이 나노섬유 생산업체인 에프티이앤이를 통해 제작한 마스크의 경우 '나노파이버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표지에 광고하고 있지만, 사실은 MB필터로 KF인증을 받아 시판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톱텍과 톱텍의 자회사 레몬은 의약외품 제조업 신고도 하지 않았으며, 식약처가 2015년 허가한 톱텍 자회사의 제품은 MB필터를 채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측은 "업체에서 불법으로 MB필터에서 나노필터로 변경해 판매했기 때문에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노마스크 품목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안전성, 유해성 검토에 70일(법정 처리기한)이 소요되며 식약처는 검토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으로 처리기한은 단축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나노섬유 자체가 새로운 물질이기 때문에 기존 MB필터 승인 기준 수치 등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나노마스크를 개발한 연구소측과 신물질의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북테크노파크 마스크 시험검사기관 관계자는 "나노필터에 사용되는 유기용매가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필터에 잔류되면 유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