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지하상가에서 의류판매업을 하고 있는 강모 사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하상가 일대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 피해를 보고 있다. 매달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야하지만 요즘은 하루 만원도 벌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강모 사장은 "하루에 옷 한장도 못 팔고 돌아갈 때도 많다"며 "상가 내 문을 닫고 자진휴업하는 업체들도 있고, 임대료 부담을 못 견디고 점포를 뺀 곳도 나오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20년째 한식집을 운영 중인 김모 사장은 최근 매출이 평소 대비 80% 감소하자 종업원들과 협의해 근무시간을 줄였다. 급여도 절반만 주기로 했다. 김모 사장은 "최근 재택근무가 늘면서 점심 장사조차 어려워졌고, 어제는 저녁에 두 테이블 손님 받은게 전부였다"면서 "이 사태가 지속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산한 명동 거리 전경.

신종 코로나 쇼크 여파가 두달간 지속되면서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매출 급감으로 매장 임대료와 직원 급여 등 고정비 지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가 뾰족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진휴업에 들어가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장사가 너무 안돼 휴업하거나 일찍 문을 닫는게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B피부미용샵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지난 10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B피부미용샵은 평소에는 예약을 해도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은 업소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박모 사장은 "직원들이 나와 있어도 하루에 1~2명 밖에 손님이 없어 마진(이윤)이 안 남아 오히려 손해였다"고 했다.

장사가 안돼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곳도 많아졌다. 서울 종로의 삼계탕 전문점인 C업체는 야간 영업시간을 2시간 단축했다.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식전문점인 D업체도 가게 폐점 시간을 1시간 30분 앞당겼다. 감염 우려로 외출이나 모임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야간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문을 연 강화도의 E업체(사우나&찜질방)는 지난 13일부터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대신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로 운영시간을 바꿨다. E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절반의 절반 수준도 안된다"고 했다.

◇ 대구는 더 심각… 60년 된 상점도 전례없는 휴업

확진자가 6000명이 넘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 지역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유동인구 급감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 붙었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소상공인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60년 넘게 영업을 해온 대구 중구의 F제과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자진휴업에 들어갔다. F제과점 관계자는 "장사가 안돼 문을 닫고 쉬는 건 60여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30년 이상 업력을 갖춘 우수업체로 인증한 '백년가게'도 장사가 안돼 자진휴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대구시 북구의 G음식점은 중기부가 선정한 백년가게 중 하나다. 40년째 영업을 했지만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대구 핵심상권 지역인 수성구의 유동인구는 지난달 9일 1000만명에서 같은달 29일 150만명으로 85% 줄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수성구 외 다른 대구 내 지역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파가 사라진 서울 시내 한 지하상가 전경.

◇ 대출 부담 큰 소상공인, 실질적인 도움 원해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3조200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 자금 대출을 약속했지만 업계에서는 지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천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코로나19 자금 지원을 받으려고 은행에 갔지만, 기존 대출로 신용이 8등급으로 떨어져 있어 대출을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며 "당장 이번달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자금 대출이 아니라 세금 인하나 생계비 지원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전국 소상공인에게 월 150만원 정도 생계비를 3개월간 지급하는 방안을 정부가 모색해야 한다"며 "부가세 인하 같은 세금 감면과 대출이자 지원, 금리 인하, 대출 만기 연장 등 소상공인들의 기존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저임금을 낮추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계명 소상공인당 창당위원장은 "자금 지원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 근본적인 지원책은 될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낮추고 52시간제를 폐지하는게 소상공인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