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금 안정화 조치 발표 임박…달러 유동성 공급 가능성
성장률 전망치 수정 여부 고심…"1분기 GDP 발표 후 유력"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경제상황을 '미증유의 비상 경제 시국'으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양상"이라면서 직접 비상 경제 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했다. 국정운영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경제현안을 챙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비상 경제 시국을 선언하면서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비상경제플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재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주관하는 부처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확산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코로나19)이 글로벌 교역과 금융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비상경제시국에 부합한 총력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추가 불안 차단"…달러 유동성 불안 대응책 발표

1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는 18일 비상경제플랜의 첫 번째 조치로 최근 불안정성이 높아진 외화 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도 이같은 내용을 이날 보도했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으로 외화자금시장에서 부족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이 원화와 달러를 주고받는 외화자금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달러 유동성이 과부족 상태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외화부채를 원화부채로 전환하는 통화 스와프 거래는 환율 변동을 헤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외국계 은행 지점들이 조달한 달러를 국내 금융기관이 이자를 내고 공급 받는 구조다.

외화자금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달러를 원화와 교환할 때 적용받는 1년물 스와프포인트는 지난 17일 -18원으로 전날에 비해 3원 하락했다. 스와프포인트는 외국인이 국내 은행에 달러를 맡기고 원화를 빌릴때 적용되는 비용이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인 것은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웃돈을 주고 달러를 공급받는다는 의미다. 한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 쇼크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달러가 국내 금융시장에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달러를 조달하는 비용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비용을 낮추고, 달러 자금에 대한 초과 수요를 완화시키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외환보유액 일부를 통화 스와프 시장에 경쟁 입찰로 공급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현재보다 낮은 비용으로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6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관계기관과 함께 스와프시장 등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 유동성 점검과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필요시 유동성 공급 등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외환보유액으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이 발표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정부와 한은이 외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게 된다. 금융시장의 추가적인 불안 요인을 차단하는 데 정책의 첫 번째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금융충격→실물위축' 전염 방지 방안도 강구 중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어려워진 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대책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5일 여행 상품 취소가 쏟아져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여행업계에는 해외여행 취소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항공업계에는 무담보 장기 저리의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금융시장 쇼크가 실물 경제활동의 마비 상태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피해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기재부는 이번 비상경제플랜의 핵심을 코로나 충격 완화로 설정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 상정했던 '경기 반등' 전망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차관은 "과거 감염병 사례에서 나타난 글로벌 경제의 일시적 충격 후 반등, 이른바 V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U자, 더 나아가 L자 경로마저 우려됨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과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같은 인식 변화를 전망치 수정 등을 통해 공표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률 전망치 수정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주는 수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등이 발표된 후 연간 성장 전망을 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문제의식도 있다.

전날 기준금리를 0.5%P(포인트) 낮춘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월에 제시한 2.1%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특정 숫자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