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임금반납, 비상상황 방증… 마른 수건 짜내기
정부 금융지원 체감 어렵다는 목소리 많아… "조속한 조치 필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리자, 각 회사 임원들이 자진해서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 임원들이 월급을 반납하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비상상황임을 보여준다.

오규식 LF 대표이사 부회장.

오규식 LF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6일 본인 명의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표 이하 30여명의 임원들이 이번 달부터 급여를 30% 자진 반납한다고 밝혔다. LF가 2006년 LG상사에서 분할된 후 비상경영으로 임원의 급여를 반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오 부회장은 이달 예정된 직원들의 임금 인상은 계획대로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임원들도 2월부터 임금 20%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직원들은 이달부터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가를 한 달에 이틀 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관람객이 급감한 영화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이틀 떠나면 급여가 월 6.77% 줄어드는데, 임원들은 더욱 책임감을 갖고 급여를 일반 직원의 3배인 20% 반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점 휴업상황이나 마찬가지인 호텔업계도 임원들의 급여반납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달 말 임원진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급여를 10%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동시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1인당 7일씩 무급 휴가를 권장했다. 단, 무급 휴가는 의무는 아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은 기본급의 20%, 총지배인과 팀장 등의 리더는 직책 수당을 3개월간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선 축소, 중단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항공업계 임원들도 연이어 임금 반납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비상경영을 발표하면서 한창수 사장이 급여를 40%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경영 악화 속도가 빨라져 이달부터는 한 사장이 급여를 전액(100%) 반납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임원의 급여 반납 비율도 지난달 30%에서 이달 40%로, 조직장 급여 반납 비율은 지난달 20%에서 이달 30%로 확대됐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직이 사직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급여도 반납했다. 단,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에어서울은 이달 대표를 비롯해 임원, 부서장 모두 3월 급여 100%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대표 30%, 임원 20%, 부서장 10%의 비율로 급여를 반납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확대한 것이다. 에어부산도 지난달 24일 대표이사를 비롯한 모든 임원이 급여 20~30%를 반납하기로 했다. 부서장급 직원들도 임금 10%를 자발적으로 반납한다.

이외 제주항공은 임원진이 급여 30%를 반납했고,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조종사 임금은 25% 삭감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임원들의 임금 반납은 그만큼 큰일이 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보여준다"며 "어떠한 이유에서든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는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원들이 임금 반납으로 솔선수범하면서 향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직원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선행 조치라고도 보고 있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임원들의 급여 반납은 그만큼 기업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기업이 당장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비용 절감, 생산물량 조정인데, 이는 중소기업일수록 심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정부에서 다양한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기업 현장에서는 자금 흐름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며 "마른 수건 짜내기에 나선 기업들을 위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