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을 공시할 때 적정 가격 대비 현실화율과 공시가격 산정 근거 자료, 관련 위원회 회의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논란이 됐던 신뢰도 등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지역이나 단지별로 들쑥날쑥했던 공시가격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서울 25개 아파트 표준지 2020년 공시지가 현실화율 분석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불공정 공시가격 폐지, 공시지가 2배 인상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현아·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과 박덕흠·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소속 이언주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대안으로 정리돼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공시할 때 부동산 시세의 반영율과 조사평가 및 산정 근거 등의 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공시가 산정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부는 부동산 시세 반영율의 목표치를 설정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및 시·군·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 일시·장소·안건·내용·결과 등이 기록된 회의록은 3개월 단위로 공개된다.

이 법안은 지난 2018년 정부가 고가 부동산을 위주로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자 공시가격과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발의됐다. 그간 공시가격은 지역이나 단지 별로 들쑥날쑥한 상승을 보여 깜깜이 산정 논란이 있어 왔다. 공시가격을 시세 상승률만큼 올린 단지가 있는가 하면 시세보다 많이 올렸거나 덜 올린 단지도 있었다. 이에 공시가격 산정에 뚜렷한 규칙을 찾기 어려워 주먹구구식으로 책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등 일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통째로 정정됐다. 한국감정원과 지자체의 공시가 차이가 7.65%포인트(P)나 벌어지면서 신뢰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용산구의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31.24%인데 개별주택 상승률은 27.75%에 그쳤다. 마포구와 강남구 등에서도 상승률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통상 둘의 격차가 1~2%P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지자체가 공시가격이 급등하자 민원 폭증을 우려해 봐주기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김현아 의원은 "정부는 부동산 유형별·지역별로 현실화율에 대한 편차가 큼에도 일괄적으로 공시가격을 급등시켰다"면서 "이번 개정안 통과로 정부의 자의적인 공시가격 제도 운용을 막고 투명하고 정의로운 공정과세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안으로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 어느 정도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조세선진화 측면에서 정책 결정이 투명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투명한 정보 공개로 공시가격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간 비판받아왔던 공시가격 적정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 데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원갑 위원은 "개정안으로 공평과세에 대한 불만이나 논란이 줄겠지만, 어디까지나 과정상의 이야기"라며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면 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가격 책정이라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역이나 단지별로 상이한 인상률 때문에 생기는 논란 역시 이 법안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면도칼처럼 정확히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여전한데 공시가격을 보는 국민의 눈은 매우 높아져 있다"면서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 논란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개정안 시행에 따른 혼란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준석 교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투자에 공시가격을 참고하기 시작하면서 논란도 발생할 것"이라며 "객관적인 산정 기준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