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2일 국제선 운항 18편 불과… 화물기 19편
"여객기용 화물 못 싣게 돼 화물기 운항 오히려 늘어"
전대미문 위기에 "휴직은 기본, 추가 임금 반납 환영"
주기료 감면 등 정부 지원책 논의는 지지부진…"3개월 못 버텨"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발 입국 제한국이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은 국제선 여객기를 시간당 1대도 띄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김포공항에 뜨고 내린 국제선이 하루 0편을 기록하는가 하면 화물기 운항이 여객 운항 편수를 추월하는 전례 없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가 123곳으로 늘어나면서 하루 평균 여객기 131편을 띄우던 대한항공은 전날 한국발 운항편이 18편(코드쉐어 제외)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여객기 145대를 보유한 국내 1위 항공사가 한국발 국제선에 시간당 1대도 띄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미국과 유럽 노선 25개 중 인천~워싱턴, 시카고, 토론토, 런던 등 9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계류장에 항공기들이 서 있다.

화물기가 여객기 운항 편수를 넘어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통상 여객기와 화물기 운항 비율은 8대 1 정도였으나, 한국발 입국자 제한 이후 이 비율은 0.9대 1까지 역전했다. 전날 운항한 한국발 국제선 대한항공 화물기는 19편이다. 우한 코로나 사태 이전 하루 평균 16편 정도 운항하던 화물 운항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여객편에 실어 나르던 화물을 이제는 전부 화물기로 실어 나를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날 뜬 한국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여객기는 코드쉐어를 제외하면 12편으로, 코로나 사태 전보다 약 85% 급감했다. 반면 화물기 운항 편수는 14편으로 여객 편수를 추월했다. 제주항공 등 일부를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사실상 국제선 운항을 포기한 상태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이스타항공은 국제 노선을 전면 중단하고 국내선만 운항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생존을 위해 고육책을 짜내기 바쁘다. 지난 9일 사장까지 나서 직원들에게 위기감을 토로한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만 2년 이상 근속한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1~3개월 단기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1개월 연차 휴가 신청도 받는다. 또 조종사 2900여명 중 외국인 조종사 390여명에 대해서는 내달부터 시작하는 무급휴가를 준다.

임원 38명 전원이 사표를 내고 비상경영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도 추가 자구책을 내놨다. 무급휴직 시기를 앞당겨 3월부터 일반직과 객실 승무원, 조종사, 정비직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일간 휴직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휴직하는 직원의 임금은 약 33% 삭감된다. 자진 급여 반납 비율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달 사장은 급여를 100% 반납하고, 임원은 50%, 조직장은 30%를 반납한다. 지난달엔 사장이 40%, 임원 30%, 조직장 20%의 임금을 반납했다.

제주항공도 이달부터 6월까지 최대 4개월간 전체 직원 중 희망자에 대해 휴직을 실시하고, 이 기간 중 급여를 70%만 지급하기로 했다. 진에어는 객실 승무원과 조종사를 대상으로 순환 휴직에 돌입했고, 전체 직원에게 희망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에어서울,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도 급여 반납과 무급휴직 제도를 시행 중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항공업 지원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항공사들은 정부와 공항공사를 상대로 무담보 대출과 주기료(항공기 주차 비용) 감면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은 ‘검토’ 단계에서 나아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유관 부서와 금융 지원책 등을 계속 논의하고는 있으나, 코로나 영향이 전 산업군에 미쳐 항공사 입장만 고려해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항공업계의 어려움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지원과 관련해 아직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