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11조7000억원 규모인 추경예산안에 6조원 이상 증액돼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는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경제부총리 교체 등을 거론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일었다"면서 유감 표명을 했다. 그러면서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불쾌한 감정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 추경예산 심의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어제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서 여러 의견들이 제기됐다"며 "기재부는 어려운 계층 지원도, 경제 살리기도, 재정지원의 합리성‧형평성도, 그리고 재정건전성과 여력도 모두 다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 예산 규모에 대해선 "9.1% 늘어난 금년 기정예산과 2조원의 목적예비비(일반예비비까지 3조4000억원), 정부, 공공‧금융기관들의 20조원 기 발표대책과 추경 대상사업 검토 결과 그리고 재정 뒷받침 여력 등까지 종합 고려해 결정한 후 국회에 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더불어민주당의 추경 예산 증액 요구가 과도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5일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 편성안이 코로나 대응용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추경 예산안이 정부 제출안보다 최대 6조7000억원 증액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홍 부총리의 글은 재정건전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 요구는 과도하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해찬 대표가 지난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언급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한 심경도 표명했다. 이 대표는 기재부가 추경 증액에 난색을 표명한다는 보고를 듣고, "홍남기 부총리를 물러나게 할 수 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우리 경제의 모멘텀과 힘을 키우고자 총력을 다해 왔고, 특히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일었다"면서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는 자리에 연연하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동시에 여당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발언으로 분석된다.

그는 "과연 무엇이 국가경제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매 순간 순간 치열하게 고민해 온다"며 "지금은 우리 모두가 뜨거운 가슴뿐만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때"라고 했다. 온정적인 정서로 무조건 재정투입을 늘리는 것보다 재정지출 효과를 냉철하게 따져서 효과가 높은 사업 중심으로 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홍 부총리는 "눈덮인 들판을 지나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김구 선생의 시구를 인용하며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오직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갈 것임을 다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