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사진) 대림그룹 회장이 대림산업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 이사회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림산업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해욱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비전인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한 역할에 집중한다.

대림산업은 또 이사회에 설치된 내부거래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원을 전원 사외이사로만 한정한다고 밝혔다.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 사내이사 1명 등 총 4명의 이사로 구성됐다. 대림산업은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경영 투명성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해 사내이사 1인을 제외하고 3명의 사외이사로만 내부거래위원회를 구성했다.

금융투자업계와 재계는 올해 초부터 이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여러분이 건강에 좀 더 신경 쓰시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러분이 건강하셔야 우리 대림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와 같은 말을 하며 사업 목표와 비전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보통 신년사에선 한해의 실적과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어떤 사업에 집중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데, 이 회장은 이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이때부터 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한발 물러날 것이란 의사를 은연중에 내비쳤다고 봤다.

지난해 말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이 이번 결정의 계기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대림산업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를 이용해 사실상의 개인회사인 에이플러스디(APD)를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이 대림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형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압박이 이어진 것에 대해 행동을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대림산업에 대한 취약한 오너가의 지분 구조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림산업의 경우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 대림학원이 1.27%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3.12%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지분율은 무려 12.24%에 달한다.

이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국민연금과 외국인, 소액 주주가 뭉쳐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였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큰 틀에서 그룹이 변화하기 위한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