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업무계획에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금융사의 경영진에게 책임을 엄정히 부과하겠다고 명시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된 금융사 경영진 중징계를 놓고 적법성 논란이 일자, 업무계획에 관련 내용을 못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12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2020년도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검사・제재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금융질서 문란,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발생 등 중대 위규시 기관 및 경영진에게 책임을 엄정히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는 DFL 사태와 관련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금감원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해 문책경고(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들었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행령을 근거로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중징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미이지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는 반론이다. 이에 손 회장은 금감원을 대상으로 징계 취소를 위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이 업무계획에 '경영진에게 책임을 엄중히 부과하겠다'고 명시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감원은 올해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우선 은행의 비예금상품 위험 내용을 예금 상품과 비교하는 '비예금상품설명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민원, 시장 동향, 상품판매 현황 등을 통합하는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한다.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조기 파악해 적시에 대응하기 위한 총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는 얘기다.
금융회사 자체 감사-상시 감시-종합 검사 연계도 강화된다. 금융상품 심사·판매 감독·분석 기능은 소비자보호처로 통합해 인력과 조직이 대폭 확충됐다.
미스터리 쇼핑(암행감찰) 결과가 미흡한 회사를 부문 검사 대상에 우선 올리기로 했다. 분쟁·민원사건 현장조사 강화, 주요 분쟁·민원 사건 조사 전담조직 운영 등을 통해 사후 금융 소비자 피해 구제에도 힘을 쏟는다.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고, 비금융정보 활용 등으로 금융 취약계층의 신용평가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금감원의 추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