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장중 19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00선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때 만큼 충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단기적으로 1900선 아래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미국의 파격적인 정책 공조가 나올 경우 증시는 상반기 내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00선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우려가 공포감으로"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장 중 1898.27까지 하락한 뒤 1908.27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장 중 19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 6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날도 오전에 3% 넘게 하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900선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이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지수가 1900일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5배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지수가 최저치로 떨어졌을 때 수준"이라며 "코로나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미리 반영한 것으로 그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날 코스피지수가 장 중 19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기업이 많은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자칫하면 실물 경제 위축으로 신용경색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공포감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확실한 정책적 대응이 나오지 않는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여세 인하라는 경기 부양책을 내세웠으나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정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 코스피 하향조정… "코로나 안 잡히면 1700선 붕괴할 수도"
증권사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코스피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과 키움증권은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2000~2250에서 1900~2150으로 낮췄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반대로 그 이하로 더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당분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와 국가들의 정책 공조에 따라 코스피가 1800선 상단과 1900선 하단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 상단을 100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에 김 센터장은 "코로나19가 상반기 내로 완화된다고 해도 하반기에 발표되는 국내총생산(GDP)등 경제지표가 부진할 경우 반등폭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1700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1800~2200으로 하향조정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적재적소의 대응을 한다면 상반기 내로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일 때보다는 상황이 덜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져 신용위험까지 발생한다면 기업부도로 인해 금융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1700선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파격적인 부양 정책 내놔야"
전문가들은 증시가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미국이 시장을 만족시킬만한 파격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금융뿐만 아니라 소비와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소비를 돕는 재정정책도 수반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급여세 인하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 한도를 늘리는 긴급 조치를 취했지만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며 "이는 좀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보다는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이 움직여줘야 시장이 반등한다"고 했다. 급여세 인하는 GDP의 10%에 해당하는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는 파격적인 부양책으로 평가되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추진 여부는 미지수다.
박소연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부채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금리를 많이 내리는 방법을 썼지만 이번에는 소비 감소로 현금흐름이 끊기는 문제가 크기 때문에 금리도 인하하면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회의,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런 정책들이 나오냐에 따라 시장이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내로 정책적인 공조가 잘 이뤄진다면 시장은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