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 항체 탐지용 단백질 제작으로 항체 생산 길 열어
"국립바이러스연구소, 추경예산 통해 타당성 검토할 것"

정부 연구기관이 혈액속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를 탐지하는 단백질(일명 프로브)제작에 성공했다. 향후 백신 또는 치료제 효능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10일 오후 충북 오송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국내 15개 기관에서 치료제와 관련해 기초 연구가 9가지 정도 진행됐고 임상 연구는 6가지 정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항체 탐지용 단백질 제작 성공으로 회복기에 있는 환자 혈액에 살고 있는 중화항체 생산 세포(B세포)를 검출할 수 있게 돼 바이러스 항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선 회복기 환자들의 협조가 관건이다.

권 부본부장은 "국내에서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했던 환자 두 분으로부터 확보된 혈액을 통해서 형성된 항체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몸에서 급성기에 생기는 면역글로빌린인 ‘IgM’보다는 ‘IgG’라는 항체를 통상 발병하고 회복 후 한달 정도가 지나면 얻을 수 있다"며 "환자분의 동의와 협조 하에 혈액을 확보하는 게 연구나 개발에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건연구원은 그동안 완치자의 혈액을 확보해 면역형광검사법(IFA)을 진행했으며, 앞으로 다양한 항원 단백질을 정제하고 중화시험법을 활용해 치료제 효능 평가도 할 예정이다.

보건연구원은 치료항체 개발, 백신 후보물질 발굴, 임상역학 및 혈청학적 연구, 약물 사용범위 확대 연구, 신속진단제 개발 등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학계·기업 등과 협력해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긴급 현안 과제 12개를 2차례 공모해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추경 예산을 확보해 치료제와 백신 연구용 동물모델 개발, 회복기 환자 혈장을 이용한 혈장치료제 개발에도 힘쓸 방침이다. 국가 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한 기획과제도 추진할 예정이다.

권 부본부장은 국립바이러스연구소 설립과 관련해 "일단 추경의 예산 중에 저희가 3억 정도 예산을 갖고 설립의 필요성, 타당성, 운영방안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미국의 국립보건원 산하 27개의 분야별 연구소 중에 에이즈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수장으로 있는 국립감염병 알레르기연구소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4개 나라 이상에서 34개 기관이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에서는 다른 감염병의 치료제로 사용 중인 약제를 활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이 부분에서도 국제 협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치료제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몇번째 단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아직 항체 형성이나 재유행 가능성 여부에 대해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고 전세계가 치료제와 백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공언한 대로 18개월 내에는 백신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희망을 토대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코로나19 백신을 18개월 이내에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