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이 미숙할 때였다. 택시를 탔다. 기사에게 "면허를 갓 따서 운전이 서투른데 어떻게 해야 운전을 잘할 수 있느냐"고 무심코 물었다. 그때 짧지만 깊은 통찰이 담긴 대답을 들었다. "다른 운전자들 방해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최고로 운전 잘하는 거예요."

만약 누구든, 어떻게 해야 경영을 잘할 수 있느냐고 전 세계의 탁월한 경영자들에게 묻는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짤막한 대답을 내놓을까? 이지훈 세종대 교수의 '더 메시지'는 28명의 글로벌 대표 CEO(최고경영자)가 이때 내놓을 법한 메시지를 정리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의 메시지는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다. 최고경영자가 언제든지 빠질 수 있는 편견과 독단의 함정을 경계하기 위해, 늘 반문해야 할 경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눈과 함께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세상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했다."

스티브 잡스의 메시지는 '해고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해고당한 뒤 인생관과 경영관이 크게 바뀌게 됐다. 고집불통 창업가가 유연한 경영자로 재탄생하는 계기와 훗날 애플 대도약의 밑거름이 그렇게 마련됐다.

일본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우미는 '하지 않을 일을 정하라'고 했다. 할 일을 정하는 것보다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인생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정말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하지 않을 일을 정해서 남에게 맡기거나 아예 포기해야 한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는 '난독증은 내게 기회를 줬다'고 고백한다. 책은커녕 보고서 한 편조차 스스로 읽기 어려워했던 사람이 어떻게 경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는 정리된 글 대신에 현장에서 생생히 오가는 말과 느낌에 직접 의존했다. 글을 읽을 수 없는 대신 경청의 대가가 됐다. 고객들과 끝없이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큰 그림을 보고 남과 달리 생각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옛적에는 좌우명(座右銘)이라고 했듯이 문사와 무사를 막론하고 앉은 자리 바로 앞 돌이나 쇠에 문구를 새겨놓고 항상 자신을 경계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모바일 시대의 지식 경영자들이라면 돌 대신에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배경을 통해 언제든 자신을 일깨울 강력한 한마디를 돌아보는 일쯤은 필수가 아닐까 한다. 필자 역시 프로필 문구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