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지도 않은 음원에 구독료 가는 건 불합리"
이용자중심 정산 시스템, 올 상반기부터 본격 도입
네이버 "멤버십 투명화, 아티스트 건강한 창작 기대"

네이버는 음악 플랫폼 ‘바이브(VIBE)’의 음원 수익 정산 방식을 ‘이용자중심’ 시스템으로 개선한다고 9일 밝혔다. 각 음원을 스트리밍(재생) 횟수가 많은 순으로 줄을 세운 뒤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전체 이용자의 구독료를 배분하는 기존 ‘비례배분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서 조선비즈는 지난 2월 7일 ‘"내 멜론 구독료, 왜 사재기 음원이 가져가나요?"’ 기사를 통해 이같은 국내 음원 시장의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바 있다.

네이버는 이날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VIBE Payment System(VPS)’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비례배분제는 플랫폼 측면에서 재생된 수에 비례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합리적인 방식일 수 있다"며 "그러나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내 음악을 들은 이용자의 규모’보다 ‘플랫폼의 절대 재생 규모’가 음원 정산액 규모에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만든다는 불만이 생기는 구조"라고 했다.

비례배분제는 예를 들어 스트리밍 업체에 매달 1만원씩 요금을 내는 이용자가 가수 A를 좋아해 A의 노래만 듣는다고 해도 구독료 1만원이 A에게만 가지 않는 구조다. 다른 가수 B, C 등이 스트리밍 1, 2위를 하면 이용자의 구독료는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한 B, C 위주로 돌아간다. 네이버는 "인기 곡보다 비주류 음악을 즐겨 듣는 이용자일수록 지불한 월정액의 일부가 내가 듣지 않은 인기 음원의 아티스트들에게 전달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 ‘멜론’, KT ‘지니뮤직’, SKT ‘플로’ 등 다른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도 음원 정산방식에 변화를 줄 지 주목된다. 대중음악 작곡가 이재현(활동명 Jay Lee)씨는 "비례배분제에서는 음원 수익 중 제작사, 가수, 연주자 등이 나눠 갖는 몫을 주류 음반이 독식하고 있다"며 "다양한 뮤지션들이 살아남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음원업계 관계자도 "이용자가 매달 내는 구독료는 온전히 해당 이용자가 듣는 음원을 중심으로 배분되는 게 맞다"며 "이번 네이버의 시도로 긍정적인 변화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례배분제 방식이 음원 시장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사재기’의 근본적인 원인과 결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가수들이 매크로 등을 동원해 자신의 음원 순위를 올리면 차트만 보고 음악을 듣는 이용자들이 재생하는 빈도가 높아져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용자중심으로 정산구조가 바뀌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들의 구독료가 사재기 가수에게 가지 않아서 사재기 가수의 수익이 기존 대비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VPS 도입은 아티스트들과 팬의 연결 고리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 보려는 시도"라며 "이용자들은 자신의 멤버십 비용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인기 아티스트는 물론 독립 아티스트는 팬들의 응원이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 돼 창작활동을 이어 나가는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태훈 네이버 뮤직 비즈니스 리더는 "이번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 변경은 아티스트를 위한 바이브의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개선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 서비스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상반기 중 본격적인 VPS 시작을 위해 음원사 및 유통사 등 유관 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권리자가 재생 관련 데이터 및 정산액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