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항생제·각종 면역증강제 등 예방효과 없다
"마스크, 손소독 등 위생관리말고 다른 방법 없다"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로 가장 '핫'한 영화가 됐다. 영화 속에서 차갑게 그려지는 정부, 의료기관, 언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민들의 이야기가 현재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중의 공포를 이용한 ‘인포데믹'(Information + Epidemic의 합성어)이 전염병만큼이나 무서운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의 등장인물 중 한 블로거는 스치기만 해도 단번에 전파되는 접촉성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개나리액을 먹으면 치료된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일러스트 허인회

코로나19 역시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키울수록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각종 비타민 제품군과 의료용품, 건강보조제 등이 과학적 근거 없는 정보를 타고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많은 제품들이 내세우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어막 기능은 대다수가 거짓이다.

최근 한 유튜브 방송은 '비타민C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도움 된다'는 내용을 다뤘다. 해당 유튜버는 "대구, 뉴욕, 우한의 의사들이 정말 쉬운 코로나19 치료법을 제시했다"며 비타민C를 먹거나 수액 주사로 맞으면 도움 된다는 내용의 제보를 소개했다. 지난 2일 올라온 이 영상은 사흘 만에 조회 수 117만건을 넘었다.

하지만 비타민은 코로나19의 방어막 역할을 전혀 해줄 수 없다. 비타민은 코로나19뿐 아니라 감기 등 흔한 바이러스 감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타민C든, 비타민D든 코로나19와 관련한 특이한 항체를 만들거나 면역을 제공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통 이야기하는 건강기능식품 정도"라고 일축했다.

특히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비타민C조차도 실제로는 예방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의학 전문가 그룹인 ‘코크란 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평균 1000mg이상의 비타민C를 섭취하면 감기를 앓는 기간을 8%, 즉 약 0.4일 단축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감기에 걸리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외출하기 전에 안티푸라민을 손가락에 묻혀 코밑이나 코안 쪽, 입술, 손 등에 얇게 바르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속설이 온라인에 돌았다. '세균은 안티푸라민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호흡기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안티푸라민은 소염진통제의 일종이다. 호흡기 감염병인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16일 한 의료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던 중 벽에 기대 선 채로 쪽잠을 자고 있다.

항생제도 소용없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SNS를 중심으로 '항생제를 미리 사두라'는 조언이 돌기도했다. 항생제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게 근거이지만 이또한 사실과 다르다. 항생제는 바이러스에 작용하지 않고 오직 박테리아(세균)에만 작용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항생제가 코로나19의 예방 또는 치료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 중에서는 김치가 예방효과가 크다는 속설이 돌기도 했다. 발병 초기에 중국 SNS 상에서는 '한국에 확진자수가 적은 이유는 김치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31번 확진자와 신천지 이후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수가 발생했다. 의료계에서도 김치가 좋은 음식인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고 설명한다.

각종 면역력 증강제 제품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화제약의 호흡기면역증강제 ‘에키나포스’는 국화과 꽃 에키네시아로부터 추출한 원료가 주원료로 항바이러스 성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2월 중순경 일시품절됐다. 같은 성분인 고려제약의 면역증강제 ‘이뮤골드액’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 지난 2017년 첫 출시 이후 올해 최고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또한 코로나19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권영근 고려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타민 제제 등을 이용하는 것은 아직 근거가 부족한 상태이므로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이에 앞서 무엇보다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위생관리가 제일 중요한 예방법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