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항공 승객이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매출(상품 판매액 총합)이 임차료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이 지난달 인천공항 매장 영업실적을 결산한 결과, 3개 업체 모두 매출액이 임차료보다 20%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수익은 고사하고, 물건을 판매한 값을 모두 합쳐도 임차료를 간신히 낼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면세업계는 한목소리로 "3월 들어서는 매출이 임차료 이하로 떨어지는 게 확실시된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임대료로 최근 3년간 매년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임대시설 운영 공공기관 내 입점한 업체 임차료를 6개월간 25~30% 감면해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임차료 감면 혜택을 받은 공항 면세점은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두 곳뿐이다. 감면 대상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소 면세점으로 분류되는 SM면세점까지 모기업 하나투어가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은 100원을 팔면 70원을 적자 보는 구조"라며 "임차료 80원에 상품원가 60원, 인건비 30원까지 170원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11일 공항 임차료를 감면해달라고 공항공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영업시간을 줄여라"라는 식의 답변만 받았다. 지난달 20일 열린 입점 면세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에선 "정부 지침이 없어 돕기 어렵다"고 했다. 공항공사의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19년 공항공사의 영업이익은 1조314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례도 있다. 공항공사는 신종인플루엔자와 금융 위기가 불거진 2009년 3월 1년간 모든 면세점 임대료를 10% 일괄 감면해줬다.

해외 공항들은 먼저 국내 면세점을 돕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지난달 1일부터 6개월간 신라면세점 등 입점 면세점들의 임대료 50%를 환급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