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우한(武漢)의 디스플레이업체 CSOT의 공장에서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 2명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우한시 자체를 봉쇄하고, 확진자가 나온 공장은 무조건 폐쇄하고 생산 라인을 소독하도록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CSOT는 공장 가동 중단 없이 확진자와 교대 근무조 일부만 14일간 자가 격리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우한 공장은 중국의 테크 굴기(�起·우뚝 섬) 전략의 핵심축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작년 가동을 시작했는데 우한 코로나 사태로 위기를 맞기 직전이었다.

4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정부가 우한시에 있는 자국 테크 기업에 특별 허가를 내주고 주요 공장의 가동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며 이런 현지 상황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 정부는 우한시를 전면 봉쇄했지만, 이곳의 중국 반도체기업 YMTC나 디스플레이업체인 BOE, CSOT, 티안마 등에는 외부와 제품·부품 운송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특별 허가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한때 중국의 신산업 거점이 밀집한 우한의 주요 공장이 마비, 중국 테크 굴기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중국 정부가 '특별 대우'를 통해 우한 공장을 돌리는 것이다. 반면 우선순위에서 밀린 한국이나 미국 기업은 현지 신규 공장의 가동을 연기하거나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中, 우한 자국 테크 기업 특별대우

5만명 넘는 확진자와 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우한시는 1월 23일부터 외부와 연결이 끊겼다. 외부에서 우한으로 들어올 수도,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봉쇄 상태다. 하지만 2월 초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은 중국 반도체기업 YMTC는 다르다. 이 회사는 우한 공장에서 생산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곧바로 상하이로 보낸 뒤, 여기서 스마트폰업체 화웨이나 PC업체 레노버에 공급하고 있다. YMTC는 중국의 유일한 낸드 메모리 제조사로 작년 말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의 연구원이 TFT-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 화면)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BOE는 2년 전 한국을 꺾고, LCD 분야 세계 1위로 부상한 중국 '테크 굴기'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BOE도 마찬가지다. 최신 공정 생산 라인인 우한의 10.5세대 LCD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외부로 옮기고, 원자재를 들여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엔 20억위안(약 34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유행병 방지와 통제를 위한 채권'이란 명목의 이른바 '바이러스 채권(virus bonds)'이다. 인민은행을 포함, 정부 투자 기관 5곳이 채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디스플레이업체인 티안마를 포함해 우한 일대의 대형 디스플레이 공장 5곳도 모두 특별 허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측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안리뷰에 "중국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핵심 프로젝트는 (우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명확하게 나은 지원을 받고 있다"며 "미래 중국이 외부 의존 없이 (기술) 자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TV 가릴 것 없이 모든 전자제품에 쓰이는 필수 부품이다.

중국 정부가 우한 테크 기업을 특별대우하지만 풀지 못한 문제도 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은 한국·일본·미국 등 해외 생산 장비를 구매해 공장 라인을 까는데, 해외 업체 엔지니어 대부분이 우한을 떠났기 때문이다. BOE의 10.5세대 프로젝트는 생산 라인을 구축해놓고도 해외 엔지니어가 없어 정상 생산 궤도에는 못 올랐다.

◇차질 빚는 한·미 테크 기업들

한국이나 일본,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봉쇄 조치가 내려진 우한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공장이 있는데도 중국 정부의 우한 코로나 방역 강제 조치를 따르느라 생산과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의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2분기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으로 출장 간 한국 엔지니어들이 14일 격리 조치를 당하면서 인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미국 애플은 중국 위탁 공장의 생산 차질로, 아이폰 신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은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아이폰 수리를 위한 교체용 부품 재고가 2~3주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메일 보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