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일정 혼선 거듭… 국무회의에서 내용 급수정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인한 마스크 대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5일 생산·유통·분배 전 과정을 통제하는 ‘마스크 수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번 대책 발표 과정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정부는 코로나 감염 초기 유통시장의 매점매석만 단속하다 중국으로 대량 수출되는 물량 때문에 마스크 수급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을 놓쳤다. 뒤늦게 국내 마스크 수출량을 생산량 대비 10%로 제한하고, 전체 생산량의 50%를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공공 공급물량으로 전환하는 수급 대책을 발표했다.

김용범(맨 오른쪽) 기획재정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업 대한약사회회장, 정무경 조달청청장,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차관.

시민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서 3~4시간씩 줄을 섰지만, 대부분 빈손으로 허탕을 쳤다. 정부가 약속한 공공 공급물량이 약국 등에 배송되지 않은 사례가 빗발쳤다. 민간 유통업자가 수출업자와 맺은 계약 때문에 공공물량 납품이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마스크 대란이 지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공개적으로 질책했고, 홍 부총리는 지난 28일 "송구하다"면서 공개 사과를 했다.

이날 발표된 수급대책은 마스크 생산, 유통, 분배 전 과정을 정부가 전체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마스크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국내 생산물량의 80%를 약국 등에서 풀리도록 했다. 1인당 구매 가능한 마스크 개수도 주당 2개로 제한했다. 마스크 수급 대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실상 배급제에 가까운 대책을 내놨지만, 발표 과정은 우왕좌왕을 반복했다.

마스크 수급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당초 4일 마스크 수급대책을 발표하겠다고 3일 밤 늦게 공지했다. 그러나 공지 한 시간 만에 계획했던 브리핑을 취소하겠다고 재공지했다. 부처간 이견 조율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브리핑 계획부터 잡은 게 혼선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혼선은 수급방안이 발표된 5일에도 반복됐다. 기재부는 당초 이번 방안이 논의되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 일정에 맞춰 오전 9시 30분 김용범 1차관 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수급대책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무회의 등에서 수급대책에 대한 문제점이 노출됐고, 이를 수정하고 발표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졌다. 브리핑을 10분 앞둔 이날 오전 9시 20분에 "수급 대책 발표를 오후 3시로 늦춘다"는 공지가 나갔다.

당초 국무회의 전 배포된 자료에서는 출생연도에 따라 홀짝제로 구입 가능한 날짜가 정해졌다. 출생연도가 홀수로 끝나는 사람은 홀수일에 마스크를 살 수 있고, 짝수로 끝나는 사람은 짝수 일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구조였다.

그러나 오후 3시 발표 자료에는 홀짝제가 5부제로 변경됐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두 개 연도씩 요일별로 구매 가능한 요일이 지정되는 방식이다. 월요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인 사람들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2와 7인 사람들은 화요일에만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주간에 구매를 못한 사람은 주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홀짝제를 할 경우 월요일과 화요일에 구매 수요가 폭증하고, 이렇게 되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광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5부제가 홀짝제에 비해 마스크 구입을 위한 ‘줄’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불거진 마스크 대책은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급조되는 것 같다"면서 "주도면밀한 위기 대응책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