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사요? 죽겠어요."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새로 개업한 지 한달 남짓 됐다는 PC방 업주 이모씨는 "요즘 어떠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20여년간 PC방을 운영해오며 겪은 최악의 불경기"라고 했다.
저녁 7시는 PC방 '피크타임'이다. 하지만 이날 250여석의 매장 좌석은 절반도 차지 않았다. N95 마스크를 쓴 이씨는 간혹 들어오는 이에게 목소리 높여 인사말을 건넸지만, 눈빛에는 수심만이 가득했다. 인근 PC방 사정도 비슷했다. 10여년간 영업해온 한 PC방은 좌석 3분의 1 남짓만 차 있었다. 그나마 입구쪽에만 이용자들이 몰려, 매장 안쪽은 컴퓨터가 모두 꺼진 채 정적만이 흘렀다.
대표적인 대학가인 이곳 PC방에 3월 개강철은 '대목'이다. 이씨의 PC방도 개강에 맞춰 개업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시민들이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주요 대학이 개강을 연기해 예년보다 방학이 길어진 탓이다.
신촌 대학가의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는 지난 2일로 예정돼 있던 1학기 개강을 오는 16일로 2주 연기했다. 연세대는 개강 후에도 29일까지 2주간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3월말까지 '비수기'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씨는 "2월말엔 지방 학생들이 상경하며 방문자가 조금이나마 늘어나는 듯했는데, 개강이 밀리고 강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상경길조차 멈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신촌 PC방 업주들은 "예년 3월보다 방문자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PC방 이용자 감소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게임전문 리서치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PC방 일평균 사용률은 24.13%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14%포인트, 지난 1월보다 2.56%포인트 줄었다. PC방 사용률은 전국 PC방에서 이용중인 컴퓨터 비율을 뜻한다.
PC방 사용률 감소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 하순들어 본격화해 2월 4주차(24일~29일) 사용률은 18.34%에 불과했다. 2월말 전국 PC방 컴퓨터 5대 중 1대도 가동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7.11%포인트 낮은 수치로, 이용자 수로 환산하면 28%가 줄어든 셈이다.
PC방 사용률이 줄어들며 각 게임 이용시간도 일제히 줄었다. 게임트릭스 2월 월간 종합게임순위 10위 안에서 1월보다 사용시간 증가를 보인 게임은 서든어택(11.16%)과 던전앤파이터(10.91%)뿐이었다. 1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사용시간이 6.67% 줄었고, 3위 피파온라인은 30.2% 대폭 감소를 겪었다.
사정이 이렇자 엔씨소프트(NC), 넥슨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가맹 PC방을 위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게임사들이 가맹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주거나, 계정비용(이용료)을 면제해준다. PC방 업주들은 이 혜택을 위해 시간에 따른 종량제로 게임사별 가맹료를 납부하고 있다.
NC는 지난달 28일 PC방 사업주들의 3월 이용요금 50%를 보상 환급한다고 밝힌 데 이어, 5일부터는 3월 사용료를 아예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넥슨은 영남권 전 지역 가맹점에 무인선불기 관리비를 2개월 동안 면제하고, 임시휴업 매장에는 관리비를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