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호흡기 통해 뇌 신경 파괴 호흡곤란 유발"
중⋅일연구팀 "마스크 쓸 때 코 반드시 가려야 감염 방지"
독일서도 독감 바이러스의 '뇌 해마' 손상 확인 연구 나와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폐 뿐만 아니라 중추신경에 침범해 뇌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연구결과를 내놓은 연구팀은 우한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가 주로 코와 같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반드시 마스크로 코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 최신호 논문에 따르면 중국 지린대 의과대학과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뇌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과거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서 확인된 것처럼 호흡기를 통해 뇌 중추신경계를 침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사진.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 세포나 폐 세포를 공격해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코로나19 환자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 호흡곤란을 꼽았다. 중국 우한시의 경우 호흡 곤란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집중 치료가 필요했고, 중환자실 치료 환자의 46∼65%가 단기간에 악화돼 자발적 호흡이 어려워지는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추신경계 침투가 코로나19 환자의 급성 호흡 부전에서 일정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한 코로나로 두통, 구역, 구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고 자발적 호흡이 어려워지는 건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거쳐 중추신경계를 침범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환자들은 첫 증상부터 호흡 곤란까지 평균 5일이 걸렸으며 병원 입원까지는 평균 7일, 집중 치료까지는 평균 8일이 각각 소요됐다. 이 정도 시간이면 바이러스가 뇌 속 뉴런(신경세포)에 들어가 신경계를 파괴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특히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두통, 구역·구토 등 신경학적인 징후가 바이러스의 신경계 침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지난해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추신경 손상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가 있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대의 마르틴 코르테 신경생물학 교수는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쥐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쥐를 3그룹으로 나누어 지난 2009년에 유행했던 H1N1(신종 플루), 2017~2018년 독감 시즌에 유행한 H3N2, 드물게 나타나는 H7N7 독감 바이러스를 각각 감염시킨 결과 폐뿐 아니라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에 감염된 40세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진 사례도 있었다. 이 여성은 발열 등의 중세로 가까운 병원에서 목감기(급성인두염)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계속 악화됐고 폐렴증세를 보였다. 이어 고열(38℃)과 강한 기침증세, 호흡곤란이 나타나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에는 뇌출혈을 일으켜 뇌사상태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바이러스가 직접 뇌세포에 침범해 뇌사에 영향을 줬느냐는 점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 연구결과는 우한 코로나와 같은 코로나류 바이러스의 중추신경계 침범이 주로 코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일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를 통해 침투했을 때의 호흡부전 발생이 구강 또는 결막 경로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마스크를 쓸 때는 꼭 코를 잘 가려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앞서 식약처가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실내의 경우에도 환기가 잘되는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거나 "면 마스크도 감염 우려가 높지 않은 곳에선 사용 가능하고, 자신이 사용한 보건용 마스크도 잘 건조해 재사용해도 된다"는 등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과 배치되는 주장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방지환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에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뒤 추락사한 사고들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항바이러스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인플루엔자의 중추신경 침범 때문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코로나19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