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신약개발 가능성 희박, 기존 약물만이 희망"
우한 코로나 정점 이전에 치료제 개발 성공은 미지수
에볼라 치료제'렘데시비르' 中이어 한국서도 임상3상 허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는 계속에서 늘어나고 있지만 치료제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국내외 제약업계는 빠른 치료제 출시를 위해 사실상 신약 개발을 포기하고 기존 약을 바탕으로 새롭게 임상을 진행해 효과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30여개 남짓의 항바이러스제(antiviral drugs)가 COVID-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 중이다. 다만 학계에서는 우한 코로나의 확산 속도를 감안할때 신약 개발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약을 조합한 형태의 치료제가 유일한 희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1일(현지시각)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앞서 영국의 감역학 권위자인 크리스 위티(Chris Whitty) 박사 역시 최근 런던사회복지센터에서의 강연에서 "우한 코로나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이 바이러스가 절정에 달하기 전에 개발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며 "기존에 존재하는 약물을 통해 우한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유일한 대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제약사들도 우한 코로나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신약 개발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이지만 변이가 심해, 우한 코로나 치료제 신약이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대신 기존 약물이 우한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밝혀내 치료제로 허가받는 방안은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 특정 균주에 대해 이용 가능한 특정 치료 옵션이 없기 때문에, 발병 직후부터 전세계 제약업계와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약물 및 약물 후보 축적 도서관(Asset Library)에서 약물 및 백신 포트폴리오를 검토해 도움이 될 만한 연구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 중이다. 현재 우한 코로나 치료제로 렘데시비르(길리아드), 로피나비어/리토나비르 복합제(애브비), 자나미비르(GSK), 인터페론(로슈, 머크, 바이엘)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몇몇 해외 제약사들은 기존 약물이나 약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새롭게 임상시험을 진행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는 방안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약물 재창출 방법은 후보물질 발굴이나 전임상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코미팜, 이뮨메드 등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약후보물질을 이용해 임상에 뛰어들었다. 다만 감염병 확산세가 잦아들기 전에 약이 승인될지는 미지수다.

영국 런던의 바이러스 연구소인 ICSM에서 우한 코로나 백신을 연구 중인 모습.

우선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약물인 ‘램데시비르’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는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에게 ​램데시비르를 투여하자 하루 만에 환자의 폐렴과 호흡 곤란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현재 길리어드는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고 결과는 4월쯤 나올 예정이다.

길리어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 3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전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등도 코로나19 환자에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는 임상 3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지난달 27일 식약처에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 3상을 신청한 지 나흘 만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시험 승인 처리기한은 30일이지만 (이번 경우) 신속하게 심사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서울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 '렘데시비르' 투여가 가능해진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아직 임상 효과를 인정받은 명확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을 돌이켜볼 때 미래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국내 회사들의 도전도 잇따르고 있다. 셀트리온은 치료제 물질 개발에 착수했으며 개발이 완료 된 후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국내 한 의료기관의 협조로 확진자 혈액을 1차로 공급받았다. 앞으로 해당 혈액을 분석해 우선 항체 검출에 나설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이러한 물질 개발을 완료한 뒤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다른 국내 기업인 코미팜이 개발 중인 신약물질 '파나픽스'는 감염자들에게 발생하는 폐렴의 원인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과도한 면역작용으로 다른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 이에 따라 '파나픽스'는 '코로나19'의 근본적 치료물질은 아니지만, 염증 치료를 통해 폐렴으로 악화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약물이 의료 현장에 투입되면 치료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직접적인 효능이 입증된 ‘획기적인 신약’은 아니지만, 기저질환이 다른 환자들에게 치료 측면에서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지금 쓰이는 치료제와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저질환이 저마다 다른 확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