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출발 후 한국인 입국 금지되면 상황에 따라 달라

60대 주부 조모씨는 연초 남편과 여동생 등 3명과 7박9일 일정의 터키 패키지 여행을 예약했다. 예약한 상품은 지난달 25일 출발하는 상품이다. 그는 출국 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여행사에 환불을 문의했다. 여행사는 환불은 85%만 가능하고 여행은 연기할 수 있어도 경비는 추가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조씨는 "여행사에 문의한 결과 환불을 100%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터키 여행은 괜찮다고 해 여행을 떠났다"며 "하지만, 터키 정부 발표로 귀국이 2~3일 늦어질 수 있다는 소문에 여행내내 불안감에 떨었다"고 말했다.

조씨가 여행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터키는 한국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터키 정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해 이달 1일부터 한국, 이탈리아, 이라크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결국 터키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231명은 제3국을 경유해 귀국하기로 했다. 조씨 일행 역시 당초 3일 오후 5시 25분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한국 항공편 운항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들은 같은 날 오전 9시 15분 터키항공을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다.

터키로 여행을 떠난 음모씨 역시 "여행사에서 최선을 다해 조치를 취해준 것을 알지만, 불확실한 상황에 여행사도 난감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 여행객도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 외에도 환불이 100%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에 터키 이스탄불로 향할 예정인 KE955편의 결항 문구가 나오고 있다. 터키는 이날 0시를 기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한국과 이탈리아, 이라크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해외여행 취소를 둘러싼 분쟁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상담 건수는 1860여건이다. 대다수가 여행을 취소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과 관련된 문제다.

주요 여행사들은 코로나19사태 후 발병지인 중국, 홍콩, 마카오에 대해서는 1월 말쯤부터 취소 수수료 없이 100% 환불해주고 있다. 이스라엘, 바레인 등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한 후 대만처럼 현지에서 강제 격리되는 국가의 경우에도 고객이 상품을 출발 전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

다만, 여행사들은 입국상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항공편은 정상 운영되는, 검역이 강화된 국가에 대한 여행 예약 취소는 약관을 적용해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다.

출발한 후 해당국에 도착해 입국금지를 당한 경우는 대부분 항공을 제외한 금액만 환불해주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미 항공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갔던 34명의 국민들이 사전 통보없이 공항에 격리된 경우가 이런 경우다.

터키의 경우에는 여행 상품과 여행사마다 보상 여부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B여행사 관계자는 "터키 패키지 여행 일정이 당초보다 반나절이라도 짧아졌을 경우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날짜들의 숙박, 식사, 관광관련 입장료는 환불이 가능할 것"이라며 "하지만, 관광 일정 환불은 금액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 일정을 불안하게 소화했거나 계획한대로 못했을 경우 여행사에서 도의적 차원에서 위로금을 줄 수는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터키정부의 발표는 여행사의 귀책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사안"이라며 "여행사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여행사 역시 최근 예약자들의 대규모 여행상품 환불 사태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코로나 사태를 대응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보고 한국인을 입국을 금지한 국가가 아니더라도 원할 경우 환불을 100% 해줘야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중재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여행업협회 간담회를 갖고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강제격리, 검역강화 조치를 결정한 나라의 경우 소비자 의도와 관계없이 여행하기 어려워진 만큼 위약금 없이 환불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협회는 "검역강화 단계에서는 여행이 가능한 만큼 이런 나라로의 여행 취소는 일반 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 등 전염병이 발생했을 경우 여행 상품에 대한 취소, 환불, 보상 규정을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