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삼현(사진·63)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중공업 지주와 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그룹 내 핵심 사안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달 25일 개최할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가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안건을 넣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당초 사내이사 후보자를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부사장으로 내세웠지만, 4일만에 사내이사 후보자를 변경했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달 28일 가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건을 추가하며 정정 공시를 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가장 큰 현안인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기 위해 가삼현 사장에게 책임 있는 자리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의 준비 단계부터 큰 역할을 해왔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기업결합을 검토할 때도 가 사장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무·영업·생산성·인사 등 전 분야에 걸쳐 인수 효과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올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기업결합 심사에 더욱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우리 정부를 비롯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일본·중국·EU(유럽연합)·싱가포르 등 총 5곳의 당국에서 합병 심사를 받고 있다. 이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게 되면 무산된다.
특히 일본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한국 조선업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등 딴지를 걸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지난달 26일에야 한국조선해양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수리하면서 1차 심사(본심사)를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WTO에 문제를 제기한 곳은 일본 국토교통성으로 기업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고 했으나,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혀 공정취인위원회에서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국내 조선소들의 주요 수출시장인 EU (유럽연합)의 공정 당국 심사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EU 집행위원회 경쟁분과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2차 심사를 5월 7일까지 마무리한다고 밝혔으나, 자료 요청 등을 이유로 7월9일까지 데드라인을 연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경영권 승계작업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가 사장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이자 그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 멘토로 알려져있다.
정 부사장은 가 사장이 주축이 된 양사 기업결합 인수 태스크포스에 참여하면서 기업결합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청와대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등에 참석해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