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정부 공적물량 발표 후 마스크 입고량 20~50% 줄어

28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에 위치한 롯데마트 의왕점. 영업 시작 시간까지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지만, 100여명이 점포 고객센터 앞에 줄 서 있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10분 뒤 점포 직원은 번호표를 나눠주며 말했다. "오늘은 마스크가 300개 들어와 1인당 세 장씩, 모두 100분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줄을 선 사람은 150명까지 늘어났지만, 50명은 마스크를 살 수 없었다. 10시 개점과 동시에 300장의 마스크는 모두 팔렸다.

28일 오전 9시50분 롯데마트 의왕점에는 개점 전부터 120여명의 고객이 마스크를 사기위해 줄섰다.

앞쪽에 줄 서 있던 고객은 "8시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은 "전날에도 왔지만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아 허탕을 쳤다"며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데, 정부가 대구·경북 지역에 많이 배정해서인지 어제 오늘 마스크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곧이어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고객들이 갑자기 매장 안에 몰렸다. 아쉬운대로 필터교체형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다. 필터교체형 마스크는 1만79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순식간에 동났다.

롯데마트 직원들은 아침에 입고되는 마스크 수량을 확인해 공지하지만, 난감한 상황이다. 매일 점포에 들어오는 마스크 물량이 다르고,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는데, 고객들이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1일부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점포 관계자는 "마스크는 점포 문을 열자마자 품절된다"면서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늘어난 후 상대적으로 입고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이마트 평촌점도 비슷했다. 문을 열기 전부터 70여명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 서 있었다. 1인당 10개씩 구매수량을 제한했지만, 개점과 동시에 모두 팔렸다. 이곳은 전날까지는 매일 오후 3시에 마스크를 판매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점포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줄을 서자, 판매 시간을 앞당겼다.

한 고객은 "오늘부터 약국에서 마스크를 판다고 해서 아침에 다녀왔지만, 살 수가 없었다"며 "급히 마트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다른 고객은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주문하면 취소되기도 하고 가격도 마트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점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가 주문한 만큼 들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가 입고된 후에야 그날의 물량을 알 수 있다"며 "최근 입고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27일부터 약국과 우체국·농협을 통해 마스크 500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부터 전국 2만4000개 약국에 240만장, 서울·경기를 제외한 농협 하나로마트 1900곳에 55만장, 읍·면 소재 우체국 1400곳에 55만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날 마트를 찾은 한 고객은 "정부가 공적판매처를 통해 물량을 공급한다고 했지만, 서울과 경기 지역은 오히려 정부 발표 후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서울과 경기지역은 읍,면이 아니면 약국에서만 판매한다는데, 약국에 가니 아직 정부가 말한 물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도 "정부가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물량을 푼다해도 경기 지역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쉬울지 의문"이라며 "정부만 믿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마트에 나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마스크를 공적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기로 한 후 입고되는 마스크 물량이 20~50%가량 줄었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마스크를 공적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기로 한 후 대부분 마트에 이전보다 물량이 덜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