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정상 체온입니다. 들어가도 좋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경남 의령에 위치한 유진그룹 섬유제조 계열사인 한일합섬의 부직포 공장. 정문에서부터 체온을 측정한 뒤 정상 체온인 사람만 입장하도록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후 생긴 절차였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서도 작업 중인 직원들과는 거리를 유지했다.

이곳의 직원들은 쉴새없이 움직이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1분에 마스크 2800개를 만들 분량의 부직포가 찍혀져 나왔다. 정용식 공장장(상무)은 "갑작스런 주문 증가로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자동차 내장재에 쓰일 부직포 생산을 마스크용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의령 한일합섬 공장에서 직원들이 부직포를 생산하고 있다. 1964년 설립된 한일합섬은 2007년 동양에 인수됐다가 2016년 유진그룹에 편입됐다.

부직포는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뜨거운 열과 바람, 압축을 이용해 만들어낸 원단으로 마스크의 안감과 겉면을 만드는데 사용되며 필터 기능이 있다. 마스크 뿐 아니라 일회용 기저귀, 옷 커버, 작업복, 자동차 내장재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현재 국내에서 마스크 부직포를 생산하는 업체는 도레이첨단소재, 한일합섬 등 총 7개 업체에 불과하다. 60% 이상을 도레이첨단소재가, 10% 정도를 한일합섬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합섬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하루에 마스크 400만개를 만들 분량의 부직포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마스크용 부직포를 보관하는 창고 안에는 오전에 생산한 부직포를 실은 지게차가 쉴새없이 트럭을 오고 가고 있었다. 물건을 만드는대로 바로 출고하고 있어서였다.

코로나19 국내 1호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을 기점으로 이달 18일까지 약 한달 간 이 회사의 마스크 부직포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배가량 늘었다. 지난달 항균 기능을 넣은 마스크 부직포를 업계 최초로 출시한 것도 주문 증가에 영향을 줬다.

늘어난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부직포의 용도별 생산 비중을 기존 기저귀, 자동차 내장재 등에서 마스크용으로 완전히 바꿨다. 박영진 생산팀 과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체 부직포 생산량 가운데 10%만 마스크 제조용으로 썼지만 현재 50%까지 비중을 높였다"며 "하루 생산하는 부직포 중 절반은 마스크용"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중국 마스크 제조사들의 부직포 구매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정 공장장은 "최근 중국업체로부터 마스크 1억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부직포를 납품하는 계약을 하자는 연락도 받았다"면서 "기존 국내 거래처 공급을 우선시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선 7개 업체만 마스크용 부직포를 생산하고 있어 최근 수요 증가로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한일합섬은 출고가를 올리지 않고 있다. 일반 부직포의 경우 대규모 생산이 용이하기 때문에 국내 수급이 비교적 안정돼 있어서다. 최근 부족 사태를 빚은 멜트브라운(MB) 부직포와는 대조적이다. MB 부직포는 필터 기능을 강화한 원단으로 ‘코리아필터(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에 들어간다.

정 공장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에도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반 필터 원단인 부직포는 공정 자체가 복잡한 MB 부직포와 비교하면 1분당 10배 정도 더 많은 양의 생산이 가능해 공급이 안정적인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