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19’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등 급속도로 늘어나자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가족돌봄 휴가를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외부인 출입 금지는 물론 화상 회의, 출장 금지, 식당 이용 시간 변경 등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 "확진자 마주쳤을까"… 선제적으로 건물 닫는 기업들

25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에 있는 LS타워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한 명 발생하자 LS타워를 비롯한 건물 세 곳이 폐쇄됐다. LS용산타워 옆 건물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사옥을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했다. 직원들에게는 전원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한 건물 입구에 설치된 열감지 카메라.

LS타워 확진자 소식이 들려온 뒤, 서울 장교동에 있는 한화솔루션도 이달 25일부터 28일까지 사무실 방역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임직원 중에는 확진자가 없지만, 외주 협력사 직원이 LS용산타워를 방문한 적 있다"며 "코로나 19 확진자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방역과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나투어(039130)는 이날 직원 한 명이 발열 증세를 보여 전 직원에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다. 해당 직원은 병원을 방문해 코로나 19 진단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선제적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공지했고, 건물 전체 방역을 실시했다"며 "내일 나오는 결과에 따라 추후 대응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 맞벌이 가정 위해 무급휴가 권장

희망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곳도 있다. 11번가는 임신한 직원들에게 3월 첫째주까지 전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집 휴원, 개학 연기 등으로 가족돌봄이 필요한 구성원의 경우 개학시기까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기업들은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한 휴직제도도 신설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학교 개학이 일주일 늦춰지자, 대책을 세운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 19 사태로 무급휴직 형태로 운영되는 ‘가족 돌봄이’ 휴직을 신설했다. 휴직은 1주일, 2주일, 1개월 중 선택할 수 있다. CJ도 ‘자녀입학 돌봄 휴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자녀입학 돌봄 휴가는 2주는 유급 휴가로 주어지고 나머지 2주는 연차로 쓸 수 있다.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은 여행사, 해운사들도 무급휴직, 단축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직원들의 편의를 보장하고, 비용도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투어는 다음 달부터 2개월 동안 단축 근무인 주3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앞서 노랑풍선(104620)도 2주 전부터 전 직원이 주4일 근무에 들어갔다.

SM상선은 코로나 19와 관련해 무급휴가를 신청하면 최대 4주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SM상선 관계자는 "코로나 19 사태로 어린이집 휴원, 학교 개학 연기 등 육아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직원들이나 가족들을 간호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외부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도 유연화하는 추세다. 현대오일뱅크는 출근 시간을 오전 7~10시, 퇴근 시간을 오후 4~7시로 운영 중이다. LG(003550)그룹과 CJ(001040)그룹, NS홈쇼핑도 출퇴근시 대중교통 혼잡 시간을 피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를 확대했다.

◇ 대면 회의·채용 면접도 중단

외부인 출입은 물론, 3인 이상 모임이나 대면 회의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NS홈쇼핑은 임직원, 파견·도급 사원 외 외부 인원의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고, CJ ENM(035760)은 무관객 녹화를 확대하고 제작보고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26일로 예정됐던 영화 ‘기생충’ 흑백판 전환상영도 잠정 연기했다.

LG생활건강(051900)은 집합교육과 내·외부 행사를 전면 보류하도록 하고 있다. 3인 이상의 오프라인 미팅을 하지 않고, 국내 출장과 사업장 간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 SK 등도 중요한 회의는 연기하거나 화상회의, 컨퍼런스콜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MS, 시스코코리아, 한국레드햇, 인텔, 델, 텐센트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들이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독려한 데 이어 국내 대기업들도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채용 일정도 줄줄이 밀렸다. 현대차는 예정된 신입사원 채용 면접 등 모든 면접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일부터 인사·기획 등 직군 지원자에 대해 발열 검사를 거친 뒤 면접을 진행했지만, 전날부터 남은 면접 전형 일정을 모두 미루기로 했다.

LG그룹은 당초 예년과 같은 3월 중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가 확산하자 채용 일정을 4월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SK그룹도 상반기 공채 필기시험 SKCT를 2주가량 연기하기로 했다.

나란히 앉아 밥 먹는 풍경도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직원식당 내 식탁 좌석배치 구조를 기존 6인석에서 4인석으로 변경해 지그재그 형태로 착석해 식사하도록 조정했다. 직원 식당 이용 시간도 분산하고, 각자 음식을 떠다먹는 방식도 배식으로 바꿨다.

현대제철(004020)은 구내식당에서 코로나 19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달 비율을 늘리고, 건물별로 식사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사내외 휴양시설과 후생시설을 임시 휴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