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바이러스 감염 방지 위해 한시적 재택근무 결정
도요타 등 日 기업 잇따라 재택근무 도입…IBM·야후는 재택근무 폐지

SK그룹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2주간 주요 계열사의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도 임산부 직원과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들이 원격근무 확산의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재택근무를 결정한 것은 당장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의도치 않게 유연한 근로형태의 효과를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실험이 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대응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근로 형태를 고민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번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재택근무 도입이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근무 형태는 단순히 근로 방식을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업무 효율과 나아가 기업의 생산성, 수익성과도 연결진다. 이 때문에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도 근로 방식을 경제 개혁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재택근무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지난 2016년 파격적인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전체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사무직·연구개발(R&D) 담당 기술직 등 2만5000명은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할 수 있다.

도요타는 "근무지와 근무시간을 회사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팀·부서별로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한 건물 입구에 설치된 열감지 카메라.

후지쓰, 미쓰비시도쿄UFJ 등도 이어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전 사원이 출근하지 않고 자택이나 출장지, 원하는 어느 장소에서든 일할 수 있다.

앞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미국과 유럽 근로자 4명 중 1명은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재택근무가 확산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술 발달이다. 사무실 밖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자 결제, 화상 회의 시스템과 외부에서 근무해도 사내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보안 장치가 구축된 덕분이다. 꼭 같은 공간에 근로자들이 모여있지 않아도 언제든지 의사소통할 수 있고 모든 결제 시스템이 전자로 처리되면서 정해진 공간에, 같은 시간에 모여 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재택근무를 통해 교통비·출장비 등이 절감되고 업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다양한 근무 형태를 권장하는 요인이다. 직원들 개인의 신체리듬과 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사무실 내 동료와의 잡담 등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것보다 재택근무를 통해 업무 몰입을 높일 수 있는 직군이 있고, 최근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재택근무가 필요한 근로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사무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달, 근로자의 요구에 따라 유연한 근로 형태를 갖추려는 기업의 탐색이 이어지며 재택근무를 포함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재택근무가 기대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초기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일부 글로벌 기업은 이런 방침을 철회하고 나섰다. 재택근무의 원조 격인 IBM은 2017년 재택근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IBM은 재택근무 중인 직원에게 '한 달 안에 거주지 지사 사무실로 복귀하고, 원하지 않을 경우 퇴사하라'고 통지했다. 20여년 전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IBM은 전체 직원의 40% 정도가 사무실 밖에서 원격근무 형태로 일해왔다.

이에 앞서 야후가 2013년 재택근무를 폐지했고,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보험회사 애트나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카페 등에서 일하는 직원은 업무에 집중도가 낮아 회사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