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보험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얘기가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를 받고 있던 한 대형 GA(법인 보험대리점) 임직원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간 것이다. 감독 당국이 대대적인 검사를 벌이는 도중에 수검자인 금융회사 임직원이 놀러 가는 건 몹시 이례적이다. 결국 금감원은 회사 임직원들이 여행에서 돌아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 보험회사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GA들이 얼마나 감독 당국을 우습게 아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했다.
GA가 '철퇴'나 다름없는 금감원 제재를 '솜방망이'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다. 최근 한 GA는 불법 영업 등 이유로 금감원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이 GA는 아예 폐업해버린 뒤 같은 장소에서 이름만 살짝 바꾼 대리점을 새로 열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아예 금감원 제재를 무력화해버린 것이다.
이처럼 GA가 급성장한 것은 '비대칭적 규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험사들은 빡빡한 규제를 지켜가며 보험을 판매하는 반면, GA들은 규제 부담이 덜한 데다 그마저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이제 GA에 서서히 칼을 빼 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대형 GA에 대한 종합검사를 최초로 실시했다. 올해도 문제가 많은 GA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는 등 정례화할 예정이다. 특히 일부 지점에만 책임을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GA 본사 및 경영진의 책임도 따져보기로 했다.
불완전 판매의 주범으로 지목된 수수료 체계도 바꾼다. 앞으로 보험 설계사가 고객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첫해에 받는 모집 수당은 고객이 낸 1년치 보험료를 못 넘게 된다. 지금까지는 보험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보험 모집 수당이 1년치 보험료보다 많은 일이 벌어지곤 했다. 일부 설계사는 이런 점을 악용해 명의를 빌려 '가짜 계약'을 체결한 뒤, 모집 수당과 보험료 간 차액을 챙기곤 했다. 이런 일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모집 수당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받을 경우 한꺼번에 받을 때보다 최소 5%를 더 주기로 했다. 보험 설계사가 계약 직후 수당을 챙긴 뒤 사후 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는 근본적으로 불완전 판매 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GA가 불완전 판매를 저질러도 책임은 보험사에 돌아간다. 앞으로는 최소한 대형 GA에 한해서라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