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을 닮은 걸로 유명한 소행성 '아로코스(Arrokoth)'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난 14일 과학자들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뉴허라이즌스 탐사선이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아로코스에 대한 논문 세 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대 지구 및 행성과학부의 윌리엄 매키넌 교수팀은 아로코스 형성 과정의 비밀을 밝혔다. 아로코스(2014 MU69)는 2014년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지구로부터 65억㎞ 떨어진 태양계 바깥쪽 카이퍼벨트에서 처음으로 관측됐다. 카이퍼벨트는 45억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질 당시에 행성만큼 커지지 못한 작은 천체와 얼음 알갱이 같은 잔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태양계가 만들어질 당시의 상황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의 뉴허라이즌스 탐사선은 아로코스로부터 약 3500㎞ 지점을 근접 비행하며 사진을 찍어 보냈다.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을 '알려진 세계를 넘어서'란 뜻의 라틴어 '울티마 툴리(Ultima Thule)'라고 불렀다. 하지만 일각에서 나치와 극우주의자들이 아리안 신화의 고대국가를 언급할 때 사용했던 용어라고 비판했다. NASA는 지난해 11월 북미 원주민의 언어로 '하늘'을 의미하는 아로코스를 공식 명칭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뉴허라이즌스 호가 보내온 자료를 통해 행성 형성 과정을 분석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지난해 5월 공개한 1차 연구 결과 때보다 자료가 10배나 많았다. 천문학계에서는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두 가지 이론이 맞서왔다. 작은 천체들이 고속 충돌해 합쳐졌다는 이론과 천천히 뭉쳐졌다는 이론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두 개의 작은 천체가 서로 가까워지다 부드럽게 합쳐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각 천체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가까워지다 축이 정렬되면서 현재의 눈사람 모양처럼 합쳐진 것이다.

아로코스의 표면도 부드러워 합쳐지는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이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행성 충돌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 이하로 추정됐다. 매키넌 교수는 "화석이 지구에서 종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말해주듯, 아로코스를 이룬 미행성(微行星)도 우주에서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말해준다"고 밝혔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우주연구부의 존 스펜서 박사 연구진은 아로코스의 분화구 밀도를 토대로 표면이 형성된 시기가 최소 40억 년 전이라고 밝혔다. 스펜서 박사팀도 매키넌 교수 연구진처럼 두 개의 천체는 극과 적도가 기하학적으로 일치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 로웰천문대의 윌 그룬디 박사 연구진은 아로코스의 표면은 물질이 균질하고 메탄올 얼음과 탄소를 함유한 유기물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로코스의 붉은빛은 이 유기물질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