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경제관료]
경제부처 과장 10명 중 6명 "靑·국회도 세종시 내려와야"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만드는 경제부처의 과장(서기관)급 이상 간부 10명 중 8명은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정책 역량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장과의 소통 부족, 잦은 출장으로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점 등이 역량 저하의 원인으로 꼽혔다.

또 경제부처 과장 10명 중 6명은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국회와 청와대 모두 세종으로 내려와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세종청사 조감도.

21일 조선비즈가 기획재정부 등 7개 경제부처 과장급 이상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9명(80.6%)은 '세종시 이전으로 중앙 부처의 정책 역량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다소 떨어졌다'는 45명(45.9%)이고, 현저히 떨어졌다고 답한 사람도 34명(34.7%)에 달한다.

이전과 '비슷하다'고 답한 것은 18명(18.4%)이었다. 반면 '좋아졌다'고 답한 것은 단 한 명(1%) 뿐이었다. 설문 참여자 중 2명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세종시 이전으로 정책 역량이 떨어진 이유로는 시장과의 소통부족(43명·53.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잦은 출장으로 상사와 부하 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는 답(27명·33.8%)이 뒤를 이었다. 그밖에도 국회의 잦은 호출(5명·6.3%), 과도한 업무량, 시대변화·세대변화, 우수인력 이탈 및 확보 어려움 등이 언급됐다.

그래픽 = 박길우 디자이너

세종시 이전이 정책 역량에 도움이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10명이 답했다. '출퇴근 시간 단축' 등 기술적 효율에 대한 답이 5명(50%)으로 가장 많았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서'라는 답도 2명(20%)이었다. 3명(30%)은 '서울 중심 사고' 탈피가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현장과 밀접해야 할 경제부처가 세종 이전으로 고립되면서 정책 역량이 저하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제 현장에서 밀접히 소통해야 할 경제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한 결과는 결국 현장과 괴리된 탁상행정"이라면서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경제부처 공무원들) 스스로가 역량 저하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잦은 출장으로 내부 소통이 이전과 같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 보고와 국회 대응 업무를 위해 서울로 이동하는 일이 잦은 것도 피로의 원인이다. 한 기재부 과장은 "국회 등 출장을 위해 일주일에 3번 이상 서울로 올라가는 일이 잦다"면서 "(과천청사 시절) 예전처럼 자주 대면 소통을 할 수 없으니 효율이 떨어지고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경제부처 과장급 간부 62.9%(61명)는 업무 효율성을 위해 국회와 청와대가 모두 세종시로 내려와야 한다고 대답했다. 국회만 내려와도 된다는 2명을 더하면 국회나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을 원하는 의견이 78명(80.4%)에 달한다. 국회나 청와대 모두 내려올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6명(16.5%)였다. 청와대만 내려오면 된다는 의견(1%)과 경제부처가 올라가면 된다(1%), 국회 상임위 정도만 내려오면 된다(1%)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그래픽 = 박길우 디자이너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경제부처 과장들의 희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에서 수도 이전 위헌 판결이 났기에 청와대 이전은 불가능하고, 국회 세종시 이전은 의원들 반대로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업무 대응이 많은 국회만 세종시로 이전해도 훨씬 효율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부처가 다시 이전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여러모로 변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경제 관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각 부처 과장급 간부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7일까지 실시됐다.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등 7개 부처에서 팀장보직을 가진 서기관 이상 500명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졌고, 이중 100명(응답률 20%)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