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 '코로나 예방'이라는 키워드로 상품을 검색했다. 상품 458개가 떴다. 대부분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이런 광고 문구도 있다. '국내 생산 원단 베개 커버,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여드름 케어, 탈모 케어.' 베갯잇에 여드름·탈모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설명에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담겨 있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 제품 광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효과가 있는 것들도 있지만, 과장 또는 허위 광고도 적지 않다.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와 공포심을 이용해 '대목 장사'를 하려는 업체들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과대 과장 광고가 판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체들이 '두려움을 자극하면 팔린다'는 공포 마케팅에 열중하는 사이, 애꿎은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으며 불필요하게 지갑까지 열고 있다.

◇지자체·의사들도 '우한 폐렴' 마케팅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A영양제는 제품명과 함께 '다래 추출물 코로나 예방'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다래에서 뽑은 물질이 '우한 폐렴'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이다. 대놓고 혼란스럽게 하는 업체도 있다. B사의 영양제는 'FDA(미국식품의약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인증 코로나 효능 추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FDA와 식약처에서 이 제품이 우한 폐렴 효능을 인정해줬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문구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효과'라고 쓰는 제품은 모두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인된 '우한 폐렴'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선 우한 폐렴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으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을 알리고 있다.

영양제 업체뿐 아니다. 한 막걸리 회사는 최근 "중국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전파로 인해 면역력 중요성 확대. 한국의 대표 발효 음식인 막걸리, 김치, 장류 등 면역력 강화 음식으로 추천"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한 중소 공기청정기 판매 회사는 인터넷 쇼핑몰 제품 소개란에 버젓이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우한 폐렴 사태를 마케팅 기회로 본 듯한 모양새다. 인삼 산지인 한 지자체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 기대↑'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같은 날 녹차가 특산품인 지자체도 "녹차가 항바이러스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어 신종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 자료를 뿌렸다.

공포 마케팅에 가세한 이들 가운데는 의사·한의사들도 있다. 지난달 31일 경남의 한 병원은 병원 공식 블로그에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또는 증상 악화에 대해 걱정이 될 경우 고용량 비타민C 및 감초주사 정맥주사를 시행한다면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 효과를 기대해볼 만합니다'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경기도의 한 한의원은 블로그에 올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는 면역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특별히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분들은 이참에 가까운 한의원에 들러서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한약을 복용하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식약처 "과장 광고 다 잡기 힘들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예방 홍보 문구는 모두 허위 또는 과대·과장 광고"라고 지적한다. 우한 폐렴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이를 예방한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건강하다고 안 걸리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과대 과장 광고를 하는 업체의 말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거나 효능이 있는 제품이 있다면 이미 전 세계에서 수출입 전쟁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업체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이버조사단에서 매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부당한 표시 광고를 모니터링해 하루 10~20건씩 적발 중"이라며 "원래는 시정명령, 영업정지,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현재 업무 가중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요청을 하는 식으로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의 인력 규모는 20여명이다.

한 e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입점 업체들에 공포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매일 과대 과장 광고 상품 수백 개를 찾아 판매 중지를 하고 있는데 모두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소규모 업체들이 이때를 대목으로 생각하고 검색에 유리하도록 '코로나 예방' 같은 문구를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다 싶었나]

이때다 싶어 공포를 자극하는 이른바 '이때싶 마케팅'은 이번 우한 폐렴 사태뿐 아니라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지카(Zika) 바이러스 유행, 지난해 미세 먼지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활개쳤다.

지난해 초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렸을 때 인터넷 쇼핑몰 등에선 수소수, 산소캔, 목걸이 청정기 등 이른바 '유사 미세 먼지 상품'이 난립했다. 산소캔의 경우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 "산소 흡입과 미세 먼지 제거는 상관이 없다. 산소 과다 흡입이 몸에 나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작년 3월 산소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2016년 중남미 지역에서 시작된 지카 바이러스가 아시아까지 번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건강식품 업체는 "버섯 가루로 면역력을 높여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홍보했고, 흙침대 업체 중 한 곳은 "흙침대가 지카 바이러스 등 유해 병원균을 차단한다"고 광고했다. 모두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경미 교수는 "이번 우한 폐렴 사태처럼 '대책을 찾는 열망'이 강할수록, 업체들은 공포 마케팅이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업체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의 낙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당장 그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한 비타민 상품류는 매출이 거의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