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에 듣는다]④
"배민‧요기요 합병 독과점 논란 전통 잣대로 판단해선 안돼
인기 끌기 위한 정책으로 경제 못 살려… 기업 활력 살려야"

윤충한(58) 한국산업조직학회장은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와 같은) IT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후생을 높여주는 혁신적 서비스"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기술혁신으로 전통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종전의 방식대로 규제를 한다면 혁신을 꺾고 사회후생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타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11인승 합승 차량과 이를 운전할 운전기사를 연결해 주는 형태의 서비스인데 검찰은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해 타다 운영사인 쏘카의 이재웅(52) 대표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택시기사 등 기존 산업 종사자들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

윤 교수는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택시운전사들의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부정적) 여론만 따지면 타다가 마치 경제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기적으로 신산업을 키우고 고용을 늘려)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혁신 산업을 규제만 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 민족(배민)과 2위 요기요의 합병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잣대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딜리버리히어로(DH)의 자회사인 배민이 요기요를 합병하는 것을 승인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상위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CR1)이 50%를 넘거나 상위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CR3)이 75%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 강도 높게 규제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배민(시장 점유율 55.7%)과 요기요(33.5%)가 합병하면 독과점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시장점유율 3위인 배달통(10.8%)도 DH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3개사가 배달앱 시장 100%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배달앱 시장이 진입장벽이 낮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기준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해 합병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게 윤 학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것을 멈추고 기업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했다. 임금을 올리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고용 수요를 줄여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산업조직학회는 1984년 설립됐다. 산업생태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학회로 교수, 연구원, 연구기관 등 200여 회원이 있다. 윤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산업조직론을 전공한 학자다. 2003년부터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지난해 3월부터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윤충한 한국산업조직학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강남드림플러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차량호출서비스 타다나 음식 배달앱 배달의 민족 등 IT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기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은 이에 반대하는데.

"그런 기업들의 등장은 사회 전체적으로 굉장히 플러스(+)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혁신과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생겨날 때는 항상 전통적인 산업과 충돌이 일어난다. 기존 전통산업 종사자들이 손해를 보고 피해자가 생기는 것도 맞다. 문제는 이런 이해상충을 어떻게 잘 조정할 수 있느냐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당사자들에게 맡겨놓는 것 같다. 이렇게 해결하면 안 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타다는 택시기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상황까지 됐는데 당사자들에게 맡겨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은 지난해 말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만들었는데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검찰은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해 타다 운영사인 쏘카의 이재웅(52)대표에 징역 1년을 구형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결국 택시기사들이 일자리를 뺏긴다는 것이 문제인데 해결방법은.

"정부가 나서서 보상을 적극적으로 해줘야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우버(미국의 차량호출서비스)서비스가 나오자 택시면허를 정부에서 사주는 등의 보상을 통해 기존 택시기사의 경제적 손실을 줄여줬다. 또 (택시기사에 대한 수요를 차츰 줄이기 위해) 신규면허를 발행하지 않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택시기사의) 세금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 전통산업 종사자들이 다른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고 그들의 경제적 손실을 줄여주는 방향을 생각해야한다."

-어차피 운수업이기 때문에 타다가 무슨 혁신이냐는 지적도 있다.

"이미 있는 자동차를 갖고 하는 사업이고 기술혁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논란이 있지만 IT와 자동차를 결합해 소비자 요구를 잘 반영했다는 점에선 혁신이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게 (혁신의) 핵심이다. 이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서비스라고 말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그 서비스를 좋아하고 이득이 된다고 생각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타다로 인해 사회전체의 후생은 증가한다고 본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택시운전사들의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부정적) 여론만 따지면 타다가 마치 경제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가 생기면 (타다 기사 등)당연히 고용도 늘어난다."

-배달의 민족(배민)과 요기요의 합병도 독과점 논란이 있다. 합병 승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시장 점유율만 놓고 독과점을 논해 합병을 금지하는 것은 안된다. 전통적인 잣대가 아닌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금 이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음식 배달앱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고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도 들어올 수 있다. 시장 규모가 아직 그렇게 크지 않고 이윤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이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IT기업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게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합병을 허용하면 배민의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아닌가.

"기업이 불공정행위를 해서 시장점유율이 한 두 곳으로 쏠린 것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그 쪽 서비스를 선택하다보니 쏠림현상이 생긴 것으로 봐야한다. 네트워크효과라고 한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의 국내 사례를 보면 카카오톡이 먼저 서비스를 확대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라인보다 시장점유율을 더 많이 확보했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은 훨씬 더 독점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도 독과점 논란이 있어 미 정부가 기업을 강제로 분할시키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대로 놔뒀다. 소비자들에게 좋으니 분할시키지 않은 것이다."

-IT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기업 외에도 전통산업 인수합병(M&A)은 어떤 기준이 필요한가.

"현재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도 관대하게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산업이 수출산업이기 때문이다. 내수산업, 그러니까 물건을 국내 시장에 파는 산업의 경우에는 독과점 기업이 나타나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등)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업은 배를 만들어 수출하는 산업이다. 두 회사가 합병을 한다고 해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조선업은 세계 각국에 경쟁사들이 많이 있다. 조선업이든 IT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기업이든 기업의 인수합병을 승인할지 말지의 가장 큰 원칙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 피해가 가는지 여부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은 원래 국제노동기구(ILO)가 주장한 임금주도성장에서 따온 것인데 이것에 대해서도 나는 주장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소득이 늘어 소비가 진작되고, 소비가 늘면 내수가 증가해서 생산이 활발해진다는 주장인데 기업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임금은 비용인데 비용이 올라가면 당연히 채용을 줄이고 채용했던 사람들도 해고한다. 자영업의 경우도 고용했던 사람을 해고하고 자기가 직접 일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은 공장을 아예 저임금 국가로 옮겨버린다. 이윤이 되는 쪽으로 옮기는 것 그게 기업의 생리다."

윤 학회장은 “신 산업의 등장으로 인한 이해당사자의 갈등 조정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임금을 이런 식으로 빠르게 올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또 기업에 활력을 줄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들이 필요하다. 친기업적 정책들과 규제완화다. 또 IT기술을 활용한 신산업이 생기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해당사자들끼리 알아서 갈등을 조정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인기를 끌기 위한 정책만 계속 하면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윤충한 교수는

윤충한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1984년 설립된
한국산업조직학회는 시장과 산업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관계를 연구하는 학회다. 윤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63년 출생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박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2003년~)
▲한국산업조직학회장(2019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