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정도 앞서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미국과 영국은 2000년에, 일본은 2001년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 도입 8년 만에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상장사 비율이 약 45%에 도달했을 정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은 지리적 광활성과 시차 등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워 전자투표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주주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전자투표제도를 독려해오고 있다.
미국 등이 전자투표제 시행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과 달리, 아예 의무화한 국가들도 있다. 대개 주총 참석이 어려운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다. 터키는 2012년부터 모든 상장사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했으며, 같은 해 대만도 주주 수 1만명 이상이고 자본금이 20억 대만달러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도입을 의무화했다. 인도에선 주주 1000명 이상인 회사는 모두 전자투표를 시행해야 한다.
국내 전자투표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때는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규모가 크고 주주 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전자투표 도입에 적극적인 편이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조엔 이상 회사의 전자투표 이용 비율은 94.6%에 달한다"며 "반면 코스피 기업 시총 상위 100개사의 전자투표 서비스 계약률은 20%로, 코스닥 상장기업 상위 50개사(62%)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주주들의 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