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우한 코로나 감염증 충격으로 발목을 잡힌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이 올해 주식시장에 6조원이 넘는 막대한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기관의 순매도 행진이 이어지자, 코스피 지수는 좀처럼 반등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3일 전날보다 0.24% 내린 2232.96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관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로 연초 배당 수익 실현 충족과 주식 선물 가격 약세와 현물 가격 강세에 따른 이른바 '매도 차익 거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배당 챙긴 기관들 6조 순매도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6조16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5조2024억원, 외국인이 5102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관이 1조4076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4.4배가량이었다. 기관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 10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삼성전자우, 셀트리온, POSCO, 엔씨소프트, SK하이닉스, 아모레퍼시픽, 신한지주, 기아차였다.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10개 중 7개가 겹친다. 그만큼 기관은 주식시장에서 개인과 정반대되는 투자 결정을 내린 셈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기관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1조3540억원)이면서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1조3049억원)이었다.

◇"기관 매수세 조만간 회복될 것"

기관은 원래 연초에 주식(현물)을 대거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배당을 받기 위해 연말에 대거 사들인 주식을 배당 권리를 얻은 연초 이후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올해 기관의 매도 규모는 유난히 크다. 지난해 4분기에 평소보다 많은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기관이 사들인 주식은 총 6조352억원어치로 2018년 4분기(2조7470억원)의 2.2배에 달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기관 입장에서 보면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 배당금 비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데다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기대감에 주식을 많이 사들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관 매도세가 연초 이후 거세진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기관의 '매도 차익 거래'를 들 수 있다. 올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던 국내 증시가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급락하면서 미래의 주식 가격을 정해놓은 '선물' 매도세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이어지자 선물 가격 약세와 현물 가격의 상대적인 강세 흐름이 나타났다.

이에 기관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외국인이 싸게 팔아 치우는 선물을 자신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비싸게 팔리는 현물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순매도 규모가 급증했다는 것이 증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 선물과 현물을 주고받으면서 공방을 벌이는데 최근에는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사들이는 반면 기관은 이와 반대로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팔아 치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관 매도세가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 문제가 아니라 단기 차익 거래를 노린 데서 비롯된 것인 만큼 매수세가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연구원은 "기관 중 증시에서 장기적 투자 방향성을 갖고 있는 연기금은 올해 3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한 상태여서 투자 심리가 나쁜 편이 아니다"라며 "조만간 우한 코로나 감염증 사태가 수그러들면 매수세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