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명에 '파생'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도록하기 위해 파생상품 편입비중을 10% 미만으로 줄이는 자산운용사가 늘고 있다. 펀드에 기초자산 헤징(hedging·위험 분산) 목적이 아닌 수익 추구용 파생상품을 10% 이상 담으면 펀드이름에 '파생'이 붙어 파생 펀드로 분류된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 파생과 연계된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 사이에 '파생포비아(공포증)'가 커지자 자산운용사들이 파생상품의 색깔을 지우는 것이다.

조선DB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단기채 펀드인 '이스트스프링 K단기채 알파 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을 출시할 때 펀드의 파생상품 비중을 10% 미만으로 설정해 펀드명에 '파생'이 붙지 않도록 했다. 이 펀드는 국내 단기채권에 70%를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주식, 외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파생인 주식선물과 외환선물에도 투자한다.

이스트스프링은 애초 이 펀드를 구상할 당시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선물과 더불어 구조가 더 복잡한 옵션도 추가해 파생상품에 10% 이상 투자할 계획이었다. 파생상품은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투자 속성을 갖기 때문에 위험 부담은 있지만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펀드 운용역들이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독일 국채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에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서 1조5000억원 규모에 대한 환매가 중단되면서 금융업계 전반에 파생상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도 펀드 이름에 파생이 붙은 상품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스트스프링도 펀드 내 파생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운용 펀드 수가 많지 않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파생 투자가 엄청난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 이상 파생 비중을 높이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 DB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파생상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명에서 파생을 지우는 것이 펀드의 목표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유리한 전략"이라고 했다.

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이 편입된 펀드 중 원금 손실 가능성이 최대 20%인 펀드를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해 판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산운용업계에 파생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된 공모펀드는 판매 시 투자자에게 녹취의무·숙려기간을 부여해야 하며 핵심설명서에 위험경고문을 포함시키는 등 판매가 까다로워진다. 고난도 사모펀드는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다.

이 대책방안은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및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빠르면 오는 6~7월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책안이 시행되면 파생펀드 시장이 최소 1~2년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