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는 이게 똑같은 왕뚜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팔도는 다 계획이 있구나."
라면회사 팔도가 영화 '기생충'의 대사를 이용해 제작한 광고 문구다.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는 위조된 명문대 재학증명서를 들고 아버지 기택(송강호)에게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기택은 기우에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한다.
기생충이 지난 10일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하자 유통업계에 관련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침울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기생충을 활용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팔도는 지난 10일 한 케이블 TV의 아카데미 시상식 재방송 중간에 '더 왕뚜껑' 광고를 3차례 내보냈다. 이 광고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송출되기로 계약이 끝났지만, 회사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후보로 오르고 수상이 유력해지자 광고를 재집행했다.
회사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10일 공식 페이스북에 "더 왕뚜껑 광고의 원작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까지 석권했다"며 "더 왕뚜껑도 세계를 감동시킬 날이 오길(바라며) 축하의 더 왕뚜껑 화환 놓고 간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농심(004370)도 '기생충 마케팅'에 나섰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쳐서 만드는 '짜파구리'는 기생충에 등장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영화에서 연교(조여정)는 폭우로 캠핑을 중단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가정부 충숙(장혜진)에게 전화해 "8분 뒤 도착하니까 짜파구리 해주세요. 냉장고에 한우 채끝살 있을 텐데 그것도 좀 넣고"라고 지시한다. '채끝 짜파구리'는 부자들이 먹는 라면에는 고기가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며 빈부 격차를 표현한다.
농심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자 11일 유튜브에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을 11개 언어로 제작해 올렸다. 농심은 기생충을 상영 중인 영국에선 영화 포스터 패러디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만들어 짜파구리를 알리고 있다. 또 미국 시장엔 '짜파구리 컵라면'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비맥주는 기생충 포스터에 '오스카상 트로피' 모양의 인물이 카스 맥주팩을 어깨에 지고 있는 웹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포스터에는 "상은 많이 받을수록 좋잖아요"라는 문구가 써있다. 오비맥주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날에는 같은 포스터에 문구만 "오늘 같이 회식하실 분?"이라고 바꿔 올렸다.
오비맥주는 기생충에서 기우 역할을 맡은 최우식과 인연이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유튜브와 손잡고 인터렉티브 영화 '아오르비(AORB)'를 제작했는데, 이 영화의 주연이 최우식이다. 인터렉티브 영화는 시청자 선택에 맞춰 영화의 줄거리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해당 영상에는 기생충에서 문광역을 맡은 이정은도 나온다.
이마트는 12일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축하 메시지를 남기면 10명을 추첨해 이마트 1만원 상당의 상품 교환권을 준다. 함께 올라온 영상에는 "저 8분 뒤 도착해요"라는 영화 대사와 함께 로사가 8분 내 채끝살 짜파구리를 만드는 모습이 담겼다. 로사는 기생충 영화 제작 당시 실제로 푸드 스타일링 보조원으로 일한 사람이다.
우한 폐렴 사태로 타격을 받은 영화관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기생충 특별 상영 행사를 갖는다. 입장권은 할인된 가격인 7000원에 판매한다. 26일에는 기생충 '흑백판'도 개봉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한 폐렴 확진자 일부가 영화관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객이 많이 줄었다"며 "기생충 특별 상영을 계기로 영화관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