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르고 추락하던 울산과 경남 거제·창원 등 제조업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회복 중이다. 조선·중공업 등 기반 산업 업황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지역 실수요자에 외지 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동안 분양이 적었던 탓에 공급이 부족한 새 아파트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울산 새 아파트, 석 달 새 1억5000만원 올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울산 아파트 값이 몇 개월 동안 오른 것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창원 아파트 값은 2016년 초부터 계속되던 하락세를 멈추고, 작년 9월부터 반등했다. 거제도 작년 2분기부터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며 2015년 이후 지속된 약세장에서 벗어났다.
새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1년 사이 1억원 넘게 몸값이 뛴 단지도 눈에 띈다. 울산 남구 야음동의 '대현더샵'(2018년 10월 입주)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1월 5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3개월 전 실거래가(4억4781만원)보다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창원 의창구 용호동의 '용지아이파크'(2017년 6월 입주) 전용 84㎡ 역시 지난해 12월 7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1년 전(6억1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뛰었다.
◇실수요에 외지인까지 가세
외지인의 매수세가 이 지역들 부동산 시장 회복에 한몫한다. 정부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에 집중된 데다 최근 지방 부동산 가격이 덜 올랐다는 기대감에 외지인들이 몰린 것이다.
울산 신정동 M공인 관계자는 "수도권 투자 수요가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고, 침체돼 있던 부산마저 규제 완화 직후 시장이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울산·창원 등의 아파트 값이 뒤따라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서울과 수도권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울산·창원·거제 아파트 거래 중 관할 시·도나 시·군·구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이 사들인 사례가 946건으로 전년(226건)의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1년간 외지인 거래 물량(5211건)의 절반가량(2511건)이 작년 4분기에 몰렸다. 이 지역들 집값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때였다.
올해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조선·중공업 업황 개선 기대감이 여전하고, 최근 새 아파트 분양 및 입주가 적었던 탓에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적다. 울산과 창원, 거제의 올해 입주 물량은 6776가구로 지난해(2만6288가구)의 26% 수준이다.
◇올해 1만1200가구 분양 예정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울산·창원에서 1만12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울산에서는 신영이 시행하고 GS건설이 짓는 '울산 지웰시티 자이'가 다음 달 분양 예정이다. 동구 서부동 일대에 들어서는 지하 5층~지상 최고 37층, 2687가구 규모 아파트로, 1992년 입주한 '서부현대패밀리'(3027가구) 이후 약 30년 만에 울산에서 공급되는 수천 가구 규모 대단지다. 서부초, 현대중, 현대고, 현대청운고 등의 학교를 걸어서 다닐 수 있으며 현대백화점(울산동구점), 울산대학교병원 등의 편의 시설이 가깝다. 분양 관계자는 "울산 동구에서 최근 5년 동안 공급된 새 아파트는 1007가구, 올해 입주 예정 물량 역시 372가구에 불과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롯데건설·효성중공업·진흥기업)은 9월 울산 중구 복산동 B-05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2625가구(일반 분양 164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반경 1㎞ 이내에 울산중, 성신고, 울산고 등의 학교가 있고 약사동 학원들이 인근에 있다.
창원에서는 반도건설이 성산구 사파정동 사파지구 1블록에서 '성산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1045가구)를 다음 달 분양한다. 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검찰청 등 행정 시설과 롯데마트 등 쇼핑 시설이 가깝다.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은 오는 6월 창원 마산합포구 교방동 교방1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교방푸르지오예가'(가칭)를 분양한다. 1538가구 중 875가구가 일반 분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