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르고 추락하던 울산과 경남 거제·창원 등 제조업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회복 중이다. 조선·중공업 등 기반 산업 업황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지역 실수요자에 외지 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동안 분양이 적었던 탓에 공급이 부족한 새 아파트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울산 새 아파트, 석 달 새 1억5000만원 올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울산 아파트 값이 몇 개월 동안 오른 것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창원 아파트 값은 2016년 초부터 계속되던 하락세를 멈추고, 작년 9월부터 반등했다. 거제도 작년 2분기부터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며 2015년 이후 지속된 약세장에서 벗어났다.

울산 동구 서부동에 들어서는 ‘울산 지웰시티 자이’의 완공 후 예상 모습. 1992년 입주한 서부현대패밀리 이후 약 30년 만에 울산에서 공급되는 대단지 아파트다. 울산에선 최근 지역 경제 회복 기대감에 현지 실수요와 외지인 투자 수요가 몰리며 신축 위주로 아파트값이 회복되고 있다.

새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1년 사이 1억원 넘게 몸값이 뛴 단지도 눈에 띈다. 울산 남구 야음동의 '대현더샵'(2018년 10월 입주)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1월 5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3개월 전 실거래가(4억4781만원)보다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창원 의창구 용호동의 '용지아이파크'(2017년 6월 입주) 전용 84㎡ 역시 지난해 12월 7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1년 전(6억1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뛰었다.

실수요에 외지인까지 가세

외지인의 매수세가 이 지역들 부동산 시장 회복에 한몫한다. 정부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에 집중된 데다 최근 지방 부동산 가격이 덜 올랐다는 기대감에 외지인들이 몰린 것이다.

울산 신정동 M공인 관계자는 "수도권 투자 수요가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고, 침체돼 있던 부산마저 규제 완화 직후 시장이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울산·창원 등의 아파트 값이 뒤따라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서울과 수도권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울산·창원·거제 아파트 거래 중 관할 시·도나 시·군·구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이 사들인 사례가 946건으로 전년(226건)의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1년간 외지인 거래 물량(5211건)의 절반가량(2511건)이 작년 4분기에 몰렸다. 이 지역들 집값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때였다.

올해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조선·중공업 업황 개선 기대감이 여전하고, 최근 새 아파트 분양 및 입주가 적었던 탓에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적다. 울산과 창원, 거제의 올해 입주 물량은 6776가구로 지난해(2만6288가구)의 26% 수준이다.

올해 1만1200가구 분양 예정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울산·창원에서 1만12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울산에서는 신영이 시행하고 GS건설이 짓는 '울산 지웰시티 자이'가 다음 달 분양 예정이다. 동구 서부동 일대에 들어서는 지하 5층~지상 최고 37층, 2687가구 규모 아파트로, 1992년 입주한 '서부현대패밀리'(3027가구) 이후 약 30년 만에 울산에서 공급되는 수천 가구 규모 대단지다. 서부초, 현대중, 현대고, 현대청운고 등의 학교를 걸어서 다닐 수 있으며 현대백화점(울산동구점), 울산대학교병원 등의 편의 시설이 가깝다. 분양 관계자는 "울산 동구에서 최근 5년 동안 공급된 새 아파트는 1007가구, 올해 입주 예정 물량 역시 372가구에 불과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롯데건설·효성중공업·진흥기업)은 9월 울산 중구 복산동 B-05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2625가구(일반 분양 164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반경 1㎞ 이내에 울산중, 성신고, 울산고 등의 학교가 있고 약사동 학원들이 인근에 있다.

창원에서는 반도건설이 성산구 사파정동 사파지구 1블록에서 '성산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1045가구)를 다음 달 분양한다. 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검찰청 등 행정 시설과 롯데마트 등 쇼핑 시설이 가깝다.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은 오는 6월 창원 마산합포구 교방동 교방1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교방푸르지오예가'(가칭)를 분양한다. 1538가구 중 875가구가 일반 분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