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A씨는 최근 세무사 등록을 위해 한국세무사회를 찾았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세무사 자격증이 있어도 정식으로 세무사 일을 하려면 세무사회에 등록해야 하는데,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바람에 등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사무실 계약을 마치고 직원들도 뽑았는데 언제 등록이 가능한지도 기약할 수 없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세무사 등록 자격을 정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 통과 지연은 변호사업계와 세무사업계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2004 ~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1만8000여명)에게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세무사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위헌(違憲)의 일종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2019년 12월 31일을 기한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해관계 당사자인 세무사협회와 대한변협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법 개정이 불발된 것이다. 세무사협회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변호사가 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대한변협은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기존 법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고, 새 법도 만들어지지 않는 '법률 공백' 상황이 발생하면서 세무사 등록을 해야 하는 800여명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은 안갯속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세무사 업무의 핵심인 '기장대리' '성실신고확인'을 변호사가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으로 합의안을 만들어 법사위에 올렸다. 사실상 세무사회의 입장이 반영됐다. 그러자 대한변협에서 뒤늦게 이찬희 변협 회장이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는 등 강력 반발에 나섰다. 법사위에는 대한변협과 가까운 율사(律士) 출신 의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국회는 이번 달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지만 세무사법 상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에 무산되면 개정안은 20대 국회 임기(5월 29일)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세무사 등록이 불가능한 초유의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